부활 제4주일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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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 가해
나는 양들이 드나드는 문이다.
착한 목자 주일이라고도 부르는 부활 제4주일인 오늘은 우리를 부르시는 착한 목자에 대한 말씀을 듣는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자신이 목자이자 동시에 양들이 드나드는 문이라고 선언하신다. 먼저 참된 목자이신 당신은 양 한 마리 한 마리를 알고 그 이름을 불러준다. 양 떼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 바른길로 이끌고 가시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 떼 앞에는 목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둑도 있다. 예수께서는 착한 목자와 도둑의 차이를 일러주신다. 착한 목자는 문을 통해, 즉 드러난 큰 길을 통해 드나들지만 도둑은 담을 넘어 드나들며 양 떼를 훔치고 속이고 죽인다. 결정적으로 착한 목자는 양 떼에게 생명을 얻게 하지만 도둑은 양 떼의 생명을 잃게 한다고 일러주신다.
목자를 따를 것인가, 도둑을 따를 것인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우리는 착한 목자를 선택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착한 목자와 도둑의 차이를 현실에서 식별하기란 쉽지 않다. 어떻게 목자이신 예수님의 음성을 알아듣고 따를 것인가? 이 문제를 깊게 궁리한 이냐시오 성인은 아주 단순하며 참으로 유용한 식별 규범을 제시하였다.
먼저 어떤 느낌이 들거든 느낌대로 반응하지 말고 그 원인을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이런 일을 하거나 저런 말을 하려는 생각이 들 때 그대로 따라나서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서 이 목소리가 어디서 왔을까? 착한 목자의 부르심인가, 도둑의 속임수인가? 하고 물어서 근원을 식별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도둑을 피하고 목자를 따라갈 수 있다. 둘째로 원인 식별이 잘 안될 때는 결과를 미리 예측하라는 규범을 제시한다. 즉 마음에 어떤 소리가 들리는데, 목자의 소리인지 도둑의 소리인지 식별이 어려우면 바로 따르지 말고 한 발짝 물러나서 그 소리를 따라가면 어떤 결과에 이르게 될까 미리 예측해 보라고 권한다. 예측한 결과 그 길이 우리를 기쁨과 평화, 감사와 행복에 이끈다면 착한 목자의 소리이고, 분열과 불안, 갈등과 방황으로 이끈다면 도둑의 소리라는 말씀이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두 번씩이나 "나는 양들의 문이다"라고 이르신다. 성경에서 '문 gate'이라는 주제는 하늘에 이르는 통로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한다. 구약에서 태초에 하늘의 문이 열려있어서 세상에 축복을 내려 주셨는데, 에덴동산에서 인간이 추방된 이후 닫히게 되었다. 이후 야곱의 꿈에 사다리로 열리고, 광야에서 만나를 내려 주실 때 다시 열리곤 하였지만, 사람들이 악행을 일삼자 닫혀 버렸다. 신약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며 하느님 말씀이 들렸고, 거룩한 변모 때도 열리고, 예수님은 늘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시며 당신에게 하늘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셨다. 구원을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이 문은 사람들에게 '좁은 문'이기도 했다.
오늘 예수님은 바로 당신 자신이 '양들의 문', 곧 하늘로 들어가고 나가는 문이심을 선언하신다. 다른 이들은 도둑, 강도이고 당신만이 문이라는 말씀은 예수님만 홀로 양들에게 천상으로 이끄는 공식 통로라는 의미다. 예수님을 통해 천국에 들고, 예수님을 통해 세상으로 나올 때 우리는 구원을 받고 생명을 누리게 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문화적 상징으로서 문은 이 세상의 영역에서 천상 영역으로 넘어가는 통로의 상징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주 꿈에서 자기 집 문을 찾지 못하는 악몽에 시달리거나, 문이 닫히거나 아예 출구가 없는 골목에서 헤매는 악몽을 꾼다. 심층심리학에서는 이런 꿈이 자신이 본래 가야 할 곳을 가지 못하고,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갈등의 상징이라고 해석한다.
예수님이 문이라는 말씀은 출구를 찾지 못해 우리가 겪는 고통과 갈등이 해소될 문은 바로 주님이시라는 선언이다. 문이신 예수님을 통해 우리가 들어가고 나갈 때 겪는 악몽을 넘어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즉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나의 본 모습을 되찾고, 악몽 속에 헤매는 본래 내가 갈 길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또한 예수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할 때, 푸른 풀밭에서 넉넉히 배를 채우고 생명력이 넘치게 된 튼튼한 양처럼, 세상을 살아갈 기운을 되찾고 생명력에 넘쳐 다시 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듣는다.
예수께서는 나에게 천국 문이 되시어, 당신을 통해서 생명력을 회복하고, 당신과 함께, 당신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죽으시고 부활하셨다는 기쁜 소식을 마음에 거듭 새긴다.
"나는 양들의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