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제2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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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목요일
요한 3,31-36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 (복음)
어떤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람의 방식과 하느님의 방식은 아주 다르다.
사람의 일(학문, 운동, 예술, 수덕 등)은 시작할 때 바닥에서, 無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그 방면의 수준을 높이려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와 반대로 하느님의 일은 시작(세례)에서부터 이미 모든 은총이 충만하게 내려진다.
신앙인은 부족한 은총을 노력으로 획득하는 이들이 아니라
이미 충만히 내려진 은총을 발견하는 이들이다.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라는 말씀에서
모든 것을 아들 예수에게 내어주신 하느님과,
모든 것을 인간에게 내어주신 예수님이 겹쳐 보인다.
그렇게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셨다.
그러기에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라는 말씀은
이미 온전히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을 신뢰하고
이를 전해주시는 그리스도와 친교를 나누는 삶이
신앙인의 삶임을 일러주는 말씀이다.(H. U. von Balthasar)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길은 인간의 의지로 하느님의 은총을 획득하는 데 있지 않고,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은총에 마음을 여는 데 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이 길은 "아드님을 믿는 이"라야 갈 수 있다.
주님의 약속이 꼭 이루어지리라는 확신과,
약속의 말씀을 주신 주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를 요구하는 말씀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