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간 목요일
본문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그분께 데려왔다."
중풍은 뇌기능의 장애로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몸이 마비되는 병이다.
마비가 오면 몸이 봉쇄되어 스스로 자기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태에 놓인다.
몸이 마비될 정도면 마음의 경직은 얼마나 크고 그 상처가 얼마나 쓰라렸을까?
사람을 마비시키는 불안, 잘못된 가치관이나 강제된 인간 조건 등도 사실상 중풍 아닐까?
어떻게 마비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서든 예수님 앞에 나가야 한다.
움직일 수 없다면 들것에 실려 이웃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주님 앞에 나가야 한다.
또 주변에 그렇게 마비된 이웃이 있다면 주님 앞에 데리고 가야 한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세상을 창조하셨던 '말씀', 사람이 되신 '말씀'이 마비된 세상을 제 모습으로 재창조하신다.
중풍을 고치기 전에 예수께서는 우선 죄를 용서하신다.
치유에 앞서 병의 원인을 제거하시는 모습이다.
환자의 죄를 먼저 용서하신 이유는 육신의 마비가 영혼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리라.
내 몸과 마음이 흩어지고 갈라지고 마비된 상태라면 마음의 병인 죄부터 용서받으라는 초대로 들린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
완쾌의 자유를 누릴 순간에 왜 병의 흔적인 평상(들것)을 가지고 가라 하실까?
"중풍 병자의 상징이었던 평상은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였을 때 더 아상 우리를 묶는 족쇄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버리거나 잊어버릴 상처도 아니다.
우리를 마비시키던 삶의 조건은 우리를 치유하신 '말씀'을 상기할 도구이기에 몸에 지니라는 말씀이다.
과거의 짐조차 삶의 한 부분이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받아들여 당당하게 걸어가라고 명하신다.
장애가 우리의 삶을 방해하도록 해서는 안 되고,
팔 아래 장애를 끼고 즉, 불안을 지니고 사는 용기를 지니라는 말씀이다." (A. 그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