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2주일 가해 - 두려워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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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일 가해 - 두려워하지 말라.
오늘 듣는 성경 말씀은 신앙 때문에, 주님을 증거해야 하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과 박해에 관해 이야기한다. 구약의 예언자들부터 예수님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박해는 신앙고백 자체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박해는 믿는 이들의 신앙 고백을 요청하고 그들을 "반대를 받는 표징"(루카 2, 34)이 되게 한다는 점에서 믿음의 요소이다. 박해 없는 신앙은 없다. 이러한 어려움, 박해에 대한 반응은 '두려움'이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예수께서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두려움을 넘어서는지 신앙인의 길을 제시하신다.
첫 독서에서 사람들은 예레미야를 두고 이렇게 수군댄다. "저기 마고르 미싸빕이 지나간다! 그를 고발하여라. 우리도 그를 고발하겠다." "마고르 미싸빕"은 "‘사방에서 공포가!"라는 의미다. 예레미야가 자주 '마고르 미싸빕', 곧 ‘사방에서 공포가!’를 외쳤기에 사람들이 아예 그에게 이 표현을 별명으로 붙여 주었을 것이다(TOB).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말씀이기에 예레미야는 그렇게 외쳐야 했고 그 결과 사람들의 고발과 박해를 당한다.
하느님을 믿었기 때문에 받는 손가락질과 고발 앞에 예레미야는 끝까지 자신에게 고통을 준 신앙을 저버리지 않는다. 고, 오히려 더욱 주님께 의탁한다: "의로운 이를 시험하시고 마음과 속을 꿰뚫어 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제 송사를 맡겨"드리고, 하느님을 찬미한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 하느님께서 자신을 파견하셨음을 믿었기에 하느님이 아닌 그 무엇도 예레미야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제자들에게 닥칠 박해를 준비시키신다. 예수께서 박해의 예견과 더불어 세 번씩이나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강조하신다: 두려워하지 않은 까닭은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라는 말씀으로,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는 이치'를 일러주신다. 또한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라는 말씀으로 참된 생명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 있음을 일러주신다. 더욱이 "참새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라는 말씀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섭리가 모든 것을 알고 지켜 주시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일러주신다.
개미는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을 개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미집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다, 손톱 깎을 때 손톱 끝이 그것을 두려워할까? 왼손이 오른손의 반지를 부러워할까? 하느님께서는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에페 1,10)을 실행하셨다. 그 결과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시고, 만물 위에 계신 그분을 교회에 머리로 주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 (에페 1, 22-23)
신앙인은 참새 한 마리의 생사를 좌우하시는 분, 우리 머리카락까지 세어 두신 분에게 삶을 맡긴 이들이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모두가 하느님 안에 한 몸을 이룬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유기체이기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하느님의 섭리가 모든 것을 알고 지켜주시기에 두려움 없이 신앙을 증거하라고 주님께서 초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