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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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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 가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0-07-26 19:50   조회: 6,541회

본문

연중 제17주일 가해

밭에 숨겨진 보물 

 
 하느님이 내 청 한 가지를 꼭 들어주신다면 무엇을 청할까? 첫 독서에서 즉위를 앞둔 솔로몬에게 하느님은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신다. 솔로몬은 "듣는 마음을 주시어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한다. 재물이나 권력 같은 눈에 보이는 소유물이 아닌 보이지 않는 지혜를 같도록 "듣는 마음"을 청한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朝聞道夕死可矣)."하신 공자님 말씀처럼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이들은 지혜에 목말라했다. 인간이 배불리 먹고 편안히 지낸다고 사람다운 것이 아니라, 지혜를 깨닫고, 진리와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찾도록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솔로몬의 청원에 하느님은 "자신을 위해 장수를 청하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부를 청하지도 않고, ...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라고 이르신다. 자신을 위한 것을 청하지 않은 솔로몬의 태도에 지혜를 주신 것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지혜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일러주는 말씀으로 들린다. 진정한 지혜와 분별력은 타인의 행복을 배려할 때 주어지고, 그때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선물도 함께 주어진다.

타인을 위한 삶의 전형인 예수님께서는 지혜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밭에 숨겨진 보물의 비유와 값진 진주의 비유를 통해 일러주신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라는 비유 말씀을 두고, 교부들은 보물이 숨겨진 밭은 성경을, 보물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하였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리스도는 역사상의 예수님뿐 아니라, 진정한 자기의 상징으로도 해석하기도 한다(A. 그륀). 하느님의 훼손되지 않은 모상인 진정한 나 자신이, 밭의 흙 속에 감춰져 있듯 내 속에 숨겨져 있다는 해석이다. 진정한 자기를 찾으려면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자기 내면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삶의 겉껍질을 파내고 깊숙이 감춰진 내밀한 자아, 하느님의 모상인 진정한 자아를 만나는 것에 비하면 여타의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본래의 자신을 구현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을 팔아버린다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진주를 찾아 나선 보석상 이야기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교부들은 진주도 종종 그리스도 자신으로 풀이하였다. 그런데 진주는 조개 안에서 자란다. 조개는 성경에서나 고대 신화에서나 여성의 상징이었다. 그리스신화에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개에서 탄생한다. 그리스도께서도 여자의 몸인 성모님을 통해 태어나셨다. 또한 조개 안의 진주처럼 그리스도의 신성은 육신 안에 숨겨져 있다. 그렇듯 여성처럼 연약한 나 자신 안에도 진주가, 신성이, 그리스도의 기운이, 성령이 숨겨져 있다. 내가 내 안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면, 즉 하느님의 기운을, 성령의 숨결을 발견하면 그 진주를 위해 내 모든 것을 팔아버린다. 내 영혼에 담긴 하느님의 숨결은 다른 모든 가치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더 이상 나의 소유물과 지금까지 이룩한 결과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는 말씀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지혜는 무엇일까? 내 삶 속에 보물이, 내 안에 진주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 것 아닐까? 하느님에게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닫고, 하느님 안에서 나를 보고, 내 안에서 하느님을 만남이 진정한 지혜 아닐까? 그렇게 보물을, 진리를 발견한 때는 즉시 결단을 내릴 순간이다. 모험을 무릅쓴 결정의 용기, 생명까지 내던지는 투신이 참된 지혜를 얻게 한다. 등산이 좋은 운동이라고 깨달은 한 친구가 값비싼 고기능의 등산복을 준비하였다. 그 옷을 자랑하며 입고 다니지만 산에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 친구가 등산 효과를 누릴까? 실행에 옮기지 않을 때 지혜는 내게 오지 않는다.

 비유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시는 깨달음과 지혜는 그저 새로운 지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바꾸기를 요구한다. 비록 밭에서 보물을 발견하고, 내 안에서 진주를 보았더라도 아직 내 것은 아니다. 가진 모든 것을 팔 용기, 온전한 헌신이 그 진리를 내 것이 되게 한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오직 찰나적인 어떤 순간만을 기다린다거나 자신이 가진 것들도 함께 가지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착각하는 것은 이미 하느님의 나라를 경시하는 것이다." (S. Cipriani)

 과연 지혜는 무엇일까? 믿는 이들에게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지혜 아닐까? 하느님 나라를 발견하시고, 그를 위해 목숨을 포함하여 모든 것을 버리셨던 분, 그리고 부활로 생명을 되찾으신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지혜다. 더 나아가 지혜를 실행하셨던 그분께서 바로 지혜로 가는 길이자, 지혜 자체인 진리이자, 지혜를 주시는 생명이시라는 말씀이 마음속에 울린다.

 우리도 보물이 묻힌 밭을 발견하고, 그 밭을 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 자신 없이 망설이게 되는 우리에게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전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이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아드님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미리 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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