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6주일 가해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복음에 나오는 두 아들의 비유는 말과 행동이 어긋나기 쉬운 우리 모습을 보여준다. 밭에 가서 일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맏아들은 처음에 거부하였지만 나중에 일하러 갔고, 둘째 아들은 가겠다고 대답하고 실제로는 가지 않았다. 비유 끝에 예수님은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라고 이르신다. 반전이다. 당시 손가락질 받던 세리와 창녀들이 아버지의 뜻을 따른 맏아들에 해당되고, 자타가 열심 하다고 인정하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말로만 대답하고 실제로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한 작은아들에 해당된다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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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과 작은 아들이 다른 길을 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맏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하였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하였을 것이다. ‘사람이 자기 좋을 대로만 살아서는 안 되지. 아버지를 떠난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늦었지만 이제라도 아버지 뜻을 따르자.’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라고 복음은 전한다. 둘째 아들은 선뜻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대답하였지만, 차차 아버지 말씀보다 자기 생각이 커지지 않았을까? 마음속에서 자신의 뜻이 더 중요한가, 아버지의 뜻이 더 중요한가? 이것이 작은 아들과 큰 아들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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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 자신의 이익, 자기만족을 아버지의 뜻보다 우선할 것인가? 마음속에서 울리는 아버지의 부르심을 따를 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자기 뜻을 버리고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을 성경에서는 회개라고 부른다.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라는 1독서 말씀대로, 죄악에서 돌아서서 길을 바꾸는 회개가 사람을 살린다. 세상은 우리에게 포도밭에서 일해봐야 힘만 드니 가지 말라고 속삭인다. 많은 이들이 하느님이 주신 소명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상황에서, 내가 왜 포도밭으로 가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어떻게 이 유혹을 이기고, 큰아들처럼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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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는 데서 시작된다. 큰 아들로 대변되는 세리와 창녀들은 밑바닥 삶이지만 자신의 죄악과 부족함을 보며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작은 아들로 대변되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지위와 체면에 매달려 자신의 본 모습은 보지 못한 채 남의 허물만 탓하는 이들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모르는 이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지 못한다. 남의 탓만 하는 한 회심은 없고, 회심이 없는 곳에 하느님의 자비도 받아들여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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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들이 다툰 뒤에 못 살겠다고 상담을 오는데, 대부분 남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에겐 흠이 없고 모두 여자가 잘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여자의 이야기는 자기에게는 잘못이 없고 남자가 나빠도 보통 나쁜 것이 아니다. 두 사람 주장에 따르면 각자 자신은 흠이나 잘못이 없는 사람인데 왜 늘 서로 싸울까? 내 탓은 없고 남의 탓만 하는 것이 불행의 원인이다. 상대방의 잘못은 잘 알지만 자신의 잘못은 전혀 모른다. 그것이 불행의 원인이다. 자기 죄를 아는 이는 이미 하느님 가까이 있는 사람이고, 자기 죄를 모르는 이는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진 이다. 얼마나 많은 죄를 짓고 또는 얼마나 착한 일을 많이 했는가는 하느님의 자비와 무관하다. 자신의 본 모습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자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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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임금이 감옥을 순시할 때 벌어진 일이다. 죄수들은 임금을 보자 하나같이 자신들은 아무 죄도 없는데 억울하게 들어왔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그런데 구석에 있던 한 사람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훌쩍 훌쩍 울고 있었다. 임금이 그를 불러서 사연을 물어보니 자기는 죄가 많아서 임금님 앞에 머리를 들 수 없는 처지라고 자책하였다. 그러자 임금은 신하들에게 물었다. 다른 죄수들의 하소연대로라면 이곳은 죄 없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인데, 왜 죄인을 이곳에 들여보냈냐고? 여기는 죄인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그래서 죄를 고백한 그 사람은 그 날로 석방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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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의 비유 말씀을 들려주시는 예수님께로 시선을 돌려보자. 예수님에게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한마디로 자비로운 분이셨다. 예수님의 눈길에는 세리든 창녀든, 사제든 원로든 모두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당신이 바라시는 소망은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제 모습 - 그 존엄성과 품위를 되찾아 주는 일이었다. 이 일이야말로 하느님의 일이고, 당신은 이 일을 위해 세상에 오셨다. 그런데 하느님의 자비는 자신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알고, 자신의 허물을 솔직히 인정하며 마음을 돌려 아버지를 따르려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남의 탓만 하고 있는 이에게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가 들어가려 해도 들어갈 공간이 없다. 예수께서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회개하는 세리나 창녀들뿐 아니라, 자만심에 가득 차서 자기 길을 가려는 이들까지 모두 아버지의 자비로 초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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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은 어떠한가? 자신을 살피고 가슴을 치고 있는가? 남의 탓만 하며 고발하기 급급한가? 나야말로 참으로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한 존재임을 고백하며 마음을 돌려 하느님께 돌아오라고 예수님이 초대하신다. 하느님께로 삶의 길을 바꾸면 내 마음이 하느님 마음을 만난다. 고통에서 헤어날 수 없는 인간이 불쌍하여 외아들을 보내신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만난다. 벗어날 길 없는 삶의 한계에서 절망하는 인간을 대신하여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의 마음을 만난다. 그 마음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우리 안에 간직할 때 하느님의 생명을,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다. 그래서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간곡히 당부하신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