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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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예수께서 치유와 더불어 참된 행복과 사랑의 계명을 선포하시자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나선다.
'율법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만 사랑하라는 말씀은 좋다. 그저 사랑하면 구원된다니까.'
복음은 이렇게 새로운 용기로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님과 함께 가겠다고 나선 이들의 들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듯
당신을 따르려면 부모, 형제, 심지어 자신까지 미워하라는 어려운 요구를 하신다.
어떻게 이 급진적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까?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제자 됨의 길은 소유하고 지배하는 길이 아님을 선언하는 말씀으로 들린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이 길을 가시지 않으셨던가?
당신을 찾아오신 어머니께 '누가 내 어머니냐'라는 질문을 하시고,
생명조차 내어놓음으로써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신다.
예수님과 함께 가는 길은 편안한 환상도, 자기만족도, 신분 상승도 아니다.
인간적 조건의 모든 안전판과 환상을 버리고 가는 길, 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다.
우리가 받아들이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급진적이고 근본적 요구다.
분명 우리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고, 앞서가신 주님 안에서만 가능하다.
주님 안에서가 아니면 참으로 주님을 따르기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려면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을 성취하려는 결의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길을 가는 믿음이 요구된다(A. Vanho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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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주체가 새로워질 수 있는가?
그 근본적인 방법을 장자는 "자기 자신을 장례 지낸다(吾喪我)"는 문장을 사용하면서 '자기 살해'를 주장한다.
기존의 자기와 결별하지 않고는 절대 새로운 자기를 만날 수 없다. ....
자기 살해는 가치와 이념으로 결탁되어 폐쇄적인 형태로 굳어가는 자기(我)로부터 벗어나(喪)
전체 세계의 원리, 즉 이 세계의 진실성과 함께 작동하는 개방적 자아(吾)로
깨어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최진석,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7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