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원가입  |   로그인  |   오시는 길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말씀의 숲
영성의 향기 말씀의 향기 수도원 풍경 세상.교회의 풍경 기도자리
말씀의 향기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02-12 19:22   조회: 6,266회

본문

설 -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설날 아침 어르신들께 세배를 올리고 절을 받은 어른들께서는 덕담을 나눠 주신다. 금년에는 전염병 방역으로 가족이 모이지 못하고, 세배 드리기도, 덕담을 듣기도 어려웠다. 그 대신 새해 첫날 하느님께서 주시는 덕담을 듣자. 제1독서는 구약 시대 신년 축제 때 사제들이 백성에게 축복을 빌어주던 말씀이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복은 하느님에게서 비롯되고, 하느님을 마주하면 평화를 베푸신다는 말씀이다. 자신의 뿌리가 하느님께 있음을 알고 하느님을 향하는 삶으로 축복을 받으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우리가 서로 빌어주는 진정한 복이 어디 있을까? 제2독서 야고보서는 먹고사는 데만 정신이 팔려 돈 벌 궁리만 하는 사람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라고 일러준다. 행복이 건강이나 지위나 경제력이 아니라 주님께 달렸다는 말씀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천 년도 주님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도 같나이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이다.”라는 화답송의 시편에 공감이 간다. 결국 다 지나가지 않았던가?

복음은 참된 행복을 찾을 방법을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주인이 오심을 깨어 준비하라고 당부하는 오늘 복음의 짧은 구절 안에 ‘주인’이란 말이 다섯 번이나 나온다. 행복이 주인에게 달렸기 때문이다. 깨어 기다려야 할 이유는 주인께서 계시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종들에게 주인은 "띠를 띠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고 시중을 들어주신다." 진정한 행복은 주인의 사랑을 받는 데에 있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우리가 깨어 기다릴 주님은 어디 계실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 계시지 않을까? (마태 25, 31-46 참조) 히말라야 산속에서는 길을 걷다가 누구든 다른 사람을 만나면 서로 합장하고 "나마스테" 하고 인사한다. 그 뜻은 '내 안의 하느님(신성)이 당신 안의 하느님께 인사 올립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 신앙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졌다고 고백한다.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기에 하느님처럼 거룩하고 귀한 존재, 신성을 지닌 존재라는 의미다. 그렇듯 내가 만나는 사람을 거룩한 존재로 여기고 존중하는 축복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일상의 삶 안에서 거룩함을 만나게 한다.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로 널리 알려진 레이첼 나오미 레멘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순간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인사하고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라고 말한다. 새해 인사를 나누며, 건강하라고, 행복하라고, 잘 살라고 복을 나누어주는 우리들의 축복은 이렇듯 각자 안에 든 하느님의 신성을 존중하는 인사다. 이 축복을 통해 서로의 존엄성을 되찾아 생기 넘치고 평화와 기쁨과 이해와 용기를 찾게 된다.

축복은 라틴말로 benedictio인데, 이는 "bene 좋은 + dire 말을 하다."라는 의미다. 축복의 반대말은 라틴말로 maledictio로, "male 나쁜 + dire 말을 하다."라는 의미다. 사람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혐오하고, 익명 속에 숨어 뒷담화 하는 등 좋은 말보다 나쁜 말이 더 많은 세상이다. 축복의 반대인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은 나쁜 속을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나쁜 말을 듣는 사람은 무시당한 데서 오는 분노로 마음이 들끓는다. 가까운 이에게 나쁜 말을 들으면 서러움과 노여움이 더 크고, 결국 행복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지고, 내 안에서나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보지 못하게 된다.

설날의 '설'이란 우리 말은 '삼가다'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이 설을 맞이하며 "삼가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였다. 이처럼  서로를 삼가는 마음으로 혹시라도 저주의 나쁜 말을 하지 않나, 하느님의 모상인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나 삼가 살피며 한 해를 시작하자. 더 나아가  서로서로 복을 빌어주자. 방역 문제로 얼굴을 마주하지는 못하더라도, 전화든 메시지든 눈빛이든 태도든 축복을 나누자. '당신의 겉모습이 어떻든- 젊었든 늙었든, 건강하든 병들었든, 여유가 있든 궁핍하든 상관없이 당신 안에는 하느님께서 계시기에 당신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는 마음을 담아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자. 그렇게 서로 복을 빌어줄 때 우리는 가족이나 공동체의 깊은 유대 속에 한 뿌리인 하느님을 찾고 거기서 힘을 얻을 것이다.

새해 아침 우리가 인사를 주고받는 이들이 누구든 모두 그 뿌리는 하느님께 있다. 사람의 귀하고 천함은 사람들의 판단일 뿐, 하느님 입장에서는 귀천 없이 모두 사랑하시는 자녀들로 신성을 지니고 있다. 그 사람의 말을 경청하여 존중하고. 서로 공감하여 진정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말로 필요한 복을 빌어줄 때에 우리는 깨어있는 사람의 행복을 누릴 것이다.

 


 

해뜨는 마을 l 영보자애원 l 영보 정신요양원 l 천안노인종합복지관
교황청 l 바티칸 뉴스 lCB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l 한국 천주교 주소록 l 수원교구
우. 13827 경기 과천시 문원청계길 56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56 MunwonCheonggyegill Gwachon-si Gyeonggi-do TEL : 02-502-3166   FAX : 02-502-8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