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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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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01-03 10:08   조회: 6,376회

본문


주님 공현 대축일 -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오늘은 아기 예수께서 온 세상에 공개적으로 드러나심을 기념하는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첫 독서에서 이사야는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라고 주님께서 온 세상에 빛으로 드러나실 날을 예언한다.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는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라며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인종과 국적 등 어떠한 차별 없이 예수님의 지체가 되어 구원을 받는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한다. 모든 사람을 구원으로 이끄는 약속은 복음에서 동방박사들의 경배로 실현된다.

동방박사 이야기는 성탄의 신비가 지금의 우리 삶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먼저 "동방"이라는 표현은 특정한 나라 이름이 아니라, 서쪽 끝인 이스라엘 동쪽의 모든 나라를 상징한다. "박사"라고 번역된 'magoi'는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라 진리를 찾는 이들,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는 이들이다. 동방박사들은 별빛의 인도를 받는다. 그 별은 천문학적 현상을 넘어서서 하느님을 찾는 이들이 발견하는 별, 천체 망원경이 아니라 하느님을 만나려는 희망과 믿음을 가진 이들이 따르는 별빛이다.

별을 따라나선 동방박사들은 인생이 순례의 여정임을 암시한다. 신앙인은 주님을 만나려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별을 발견해야 한다. 그 별은 방안에서는 볼 수 없다. 밖으로 나와야 보인다. 자기중심적 틀 밖으로 나와서 하늘을 보아야 별을 발견한다. 별을 발견하면 길을 떠나야 한다. 떠남이 쉽지는 않다. 과거의 편안함이 그립기도 하고, 두려움과 회의로 길이 어두울 때도 있고, 그 길이 복잡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가끔은 헤로데 같은 사기꾼을 만나기도 한다.

별빛을 따라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그들을 이끌던 별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추구하던 빛이 사라진 순간이다. 별이 안 보일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박사들은 헤로데를 찾아가고, 헤로데는 학자들에게 물었고, 학자들은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베들레헴이란 말씀을 성경(미카 5,1; 2사무 5,2)에서 발견한다. 아기 예수를 만나기 위해 하느님을 찾는 스스로의 노력, 자연적 별빛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그때 성경 말씀이 최종적으로 예수님을 만나도록 우리 길을 비춰준다.

동방박사들의 말을 듣고 헤로데도 아기 예수를 찾지만 그 동기는 경배가 아니라 살의였다. 헤로데의 살의는 아기 예수를 왕권의 잠재적 경쟁자로 의심했기 때문이다. 인간 안에는 상대방을 언제나 경쟁자로 간주하여 질투하는 본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본능은 하느님을 대할 때도 나타난다. 내 마음대로 살려 하는데 하느님의 계명이 걸림돌로 여겨질 때, 무의식적으로 하느님을 이기려 하거나, 외면하거나, 내 필요에 따라 이용하려 한다. 우리 안에 헤로데가 발견되는 지점이다.

성경 말씀에 따라 동방박사들이 찾아낸 곳은 어디일까? 그 당시 수도로써 힘과 지식과 재물이 넘치는 예루살렘이 아니라 작은 고을 베들레헴의 변두리 말구유였다. 더 커지고 더 높아지려는 욕심이 있는 곳에 아기 예수는 계시지 않는다. 낮은 곳을 찾는 겸손한 마음으로 변두리의 가난한 이웃에게 다가갈 때 구유에 계신 예수님이 보인다.

우리가 입춘날 집의 대문에 "입춘대길"이라고 복을 비는 말을 써 놓듯, 유럽의 신앙인들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면 문설주에 올해 연도와 더불어 C+M+B 라는 문구를 새긴다. 그것은 'Christus mansionem benedicat', 즉 '그리스도님, 저희 집을 축복하소서'라는 뜻이다. 우리 집이 베들레헴의 외양간처럼 예수님께서 태어나시는 집, 동방박사가 찾아오는 사랑이 넘치는 집이 되도록 축복을 청하는 표지다. 다른 한편, C+M+B 는 동방박사의 이름인 카스파르, 멜키오르, 발타사르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집의 문설주에 박사들의 이름을 적어놓음으로써 그 집안에 사는 식구들이 동방박사가 되어 별을 따라 떠나는 순례자로 살아가자는 상징을 담고 있다(베네딕토 16세).

전설에 의하면 동방박사(삼왕)는 젊은 왕과 늙은 왕, 흑인 왕이었다고 한다.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려면 젊음과 늙음, 흰색과 검은색, 즉 인간의 모든 영역이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가 주님 앞에 나아갈 때 흔히 좋고 바르고 예쁘고 깨끗한 것만 보여드리고 싶고, 어둡고 부끄럽고 못나고 부족한 것은 감추려 한다. 그러나 내 안에 들어있는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보람과 후회, 밝음과 어두움을 주님 앞에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는 지혜를 삼왕 전승이 일러준다.

드디어 동방박사들은 예수님을 경배한다. 인생의 목적지에 도착한 모습이다. 우리 삶의 여정이 도착할 최종 목적지가 예수님임을 암시한다. 예수님이 아닌 다른 목적지는 방황을 불러올 뿐이다. 박사들은 아기 예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다. 황금은 태양빛으로 진정한 왕을 상징하고, 유향은 신에게 분향할 때 쓰이는 재료로 신성을 상징하며, 몰약은 시신에 바르던 약재로 십자가상의 죽음을 상징한다. 우리가 주님께 드릴 봉헌물을 일러주는 상징이다. 황금처럼 순수하게 빛나는 사랑, 유향처럼 피어오르는 영원을 향한 갈망, 몰약을 바른 듯한 우리의 상처와 고통을 봉헌하라는 초대다.

아기 예수를 만난 후 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고 전한다. “자기 고장으로” 돌아가지만, “다른 길로” 돌아가는 여정은 신앙의 여정을 상징한다. 예수님의 만남은 다른 길로 들어서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이는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 비록 같은 환경에 있을지라도 사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대한 판단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교종 프란치스코). 예수님을 만났으면 변화된 새로운 삶을 통해, "자기 고장", 즉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도록 복음은 우리를 초대한다.

신앙인은 지상의 삶에 묶여 땅만 보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구원의 별빛을 따라 순례하는 이들이다. 복음은 동방박사처럼 자신의 방을 나와 별을 발견하고, 자기라는 집을 떠나 주님께 나아가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어둡고 지치면 성경 말씀에서 힘을 얻어 다시 떠나자. 그 끝에 우리는 아기 예수를 만나, 기쁨에 넘쳐 아기 예수께 황금 같은 사랑과 유향 같은 영원을 향한 갈망과 몰약처럼 쓰디쓴 아픔과 상처를 봉헌하자. 그러면 주님께서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황금 같은 사랑으로, 지금 여기의 현실을 유향 연기처럼 거룩하게 하시고, 몰약처럼 우리 상처를 말끔히 치유하신다. 그 은총에 우리는 변화된 다른 길, 주님의 말씀에 따른 새로운 길을 통해 일상 삶의 자리로 돌아가 주님을 증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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