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원가입  |   로그인  |   오시는 길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말씀의 숲
영성의 향기 말씀의 향기 수도원 풍경 세상.교회의 풍경 기도자리
말씀의 향기

사순 제1주일 나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02-21 19:05   조회: 6,151회

본문

사순 제1주일 나해



사순 제1주일 나해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지난 수요일 우리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말씀을 듣고 머리에 재를 받으며 사순절을 시작하였다. 오늘 말씀은 먼지로 돌아갈 우리가 사순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일러주신다. 첫 독서에서 하느님은 홍수에서 구해주신 노아에게 "다시는 땅을 파멸시키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약속과 더불어 그 표징으로 무지개를 주신다. 둘째 독서는 "옛날에 노아가 방주를 만들 때 몇몇 사람만 방주에 들어가 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가리키는 본형인 세례가 여러분을 구원합니다."라고 이른다. 우리가 받은 세례가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재현이기에 우리를 구원하는 방주라는 말씀이다. 복음은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신 후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고 선포하시는 예수님을 전한다. 이처럼 오늘 말씀은 홍수에서 무지개로의 변화, 죽음에서 부활로의 변화, 악마의 유혹에서 복음으로의 회개가 사순절에 해야 할 일임을 일러주신다.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예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기 전 성령의 이끄심으로 광야로 떠나셨다. 성경에서 광야는 이중성을 띤다: 모든 것이 결핍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자신과 하느님의 존재를 체험하는 곳이었다. 선과 악, 진리와 허위가 투쟁하는 장소이자 무지와 반항이 이어지고, 기대와 허무가 교차하는 곳이었다. 그 가운데 자신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동시에 하느님을 체험하는 곳이었다.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 백성이 탄생했다(신명 27,9).

광야는 그곳을 거쳐간 후에 복을 받는 곳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거쳐가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도달하였다. 요한 세례자는 광야에서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를 기다렸다. 예수님도 탄생 직후 광야를 거쳐 이집트로 피난을 갔다 오셨다. 오늘 복음에서 들었듯 예수께서 공생활 시작 전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셨다. 광야의 유혹을 거치면서 예수께서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인지 준비하셨을 것으로 신학자들은 추정한다. 예수님 이후 주님을 더욱 가까이 따르려던 교부들과 수도자들은 광야를 찾았다. 텅 비었지만 유혹이 넘치는 광야에서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순절은 예수님처럼 광야로 떠나는 때다. 우리들의 광야는 어디일까? 지리적인 차원의 사막으로 가지는 못하더라도 그 의미 차원의 광야를 찾아보자. 살아가며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 두려움과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순간, 혹은 기쁨이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권태로운 시간이 있다. 그 상황은 사탄이 우리를 유혹하는 위기이자, 동시에 자신의 무력함을 직시하며 하느님께만 의지하는 때이기도 하다. 사순절을 극기하는 가운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 침묵 가운데 하느님과의 내밀한 사랑을 엮는 시간으로 대하면, 그곳은 우리의 광야가 된다.

광야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하느님께로 회심할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난 재의 수요일에 사순절은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 것인가를 식별하는" 때임을 강조하셨다. 즉 사순절에 "매혹적인 악의 올가미, 돈과 과시의 거짓된 안전, (우리 자신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피해의식" 속에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세상 일에 휩쓸리는 상황과 이기적인 습관을 멈추고,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식별하고, 주님께 돌아오라고 하소연하셨다.

생명체가 제 모습을 찾는 과정, 사람이 제 모습을 되찾는 깨달음의 과정을 원불교 수장 이광정 상사는 "멈추고, 궁리하고, 결단하라."라는 세 단어로 정리한다. 고양이가 먹잇감을 앞에 놓고 취하는 행동을 보라. 첫째, 일단 멈추어서 대상을 주시하며 집중한다. 둘째, 결정적인 찬스를 잡으려고 궁리를 한다. 셋째, '찬스다' 싶으면 결단을 내려서 덮친다. 바로 "멈추고, 궁리하고, 결단하는" 세 단계 과정이다. 모든 생물체의 생존에 해당되기에 이 이치를 따르는 것이 인간 수련이라는 가르침이다.

구체적인 일상에서 첫 단계로 어떤 일로 화가 나고 속이 상하면 기분대로 하지 말고 일단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음에 빈집(空家)을 만들고 거기에 들어가라고 가르친다. 그 빈집이 우리의 광야다. 광야의 히브리어 뜻은 '텅 빈 곳' 곧 '빈집'이다. 다음 단계로 골똘히 생각하는 궁리를 해야 한다. 세상이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주님 앞에서 살펴보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를 찾는 성찰이 궁리에 해당한다.

멈추고 궁리한 연후에 마지막 단계로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결단의 순간에는 옳은 것은 취하고, 그른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멈추고 궁리한 끝에 발견한 진리는 실행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가 내릴 결단은 주님께서 직접 선포하신 대로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결단이다. 이제까지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갈 결단, 하느님을 섬기는데 방해되는 모든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결단이 회개다. 이렇게 "멈추고, 궁리하고, 결단하는" 가운데 우리 삶이 변화되고, 사순절은 은총의 시간이 된다. 

누구나 변화하고 싶고 새로운 삶을 원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이 먼지에서 왔으니 먼지로 돌아가야 할 존재, 즉 죽을 인간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생의 광야에서는 사탄의 유혹도 언제나 달콤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광야에서 유혹을 당하셨던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머무르심을 믿자. 더 나아가 이렇게 유혹에 약한 보잘것없는 우리 모습을 고백하면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킬 은총을 주신다. 사순절에 우리가 돌아갈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찾으시려 집을 나서시는 분이시다. 우리를 치유하시는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상처 입도록 자신을 내어 맡기신 분이시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시는 성령께서는 우리의 먼지에 힘과 달콤함으로 숨을 불어 넣어 주시는 분이시다.”(교황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사순절에 우리가 하느님께 돌아가기 위하여 특별히 예수님의 상처를 보라고 권고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삶의 가장 고통스러운 상처 구멍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무한한 자비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곳, 우리가 가장 취약하고, 우리가 가장 부끄러워하는 곳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멈추고 궁리하며 우리를 위하여 상처를 받으신 주님께 돌아가자.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간곡히 이르신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해뜨는 마을 l 영보자애원 l 영보 정신요양원 l 천안노인종합복지관
교황청 l 바티칸 뉴스 lCB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l 한국 천주교 주소록 l 수원교구
우. 13827 경기 과천시 문원청계길 56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56 MunwonCheonggyegill Gwachon-si Gyeonggi-do TEL : 02-502-3166   FAX : 02-502-8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