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간 토요일
본문
부활 제4주간 토 -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복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인 예수님과 하느님은 서로가 서로 안에 계시기에 '하나이심'을 일러 주신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줌으로 하나가 되는 이 관계를 삼위일체의 신비라고 부른다.
자신을 내어 주지 못하는 자기주장이 분열의 원인이라면, 끝없는 자기 증여가 하나 됨의 길이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하느님 아버지와 아들 예수가 하나이심을 믿는 이들은 예수님과 하나가 된다.
예수님과 하나가 된 이들을 통해 아버지께서는 아들에게 하셨듯 함께 일하신다.
하느님께서 아들과 함께 우리를 위해, 우리 안에서 일하시리라는 약속의 말씀이다.
이로써 땅에 매인 인간이 유한성을 벗어나 신화(神化 Deificatio) 되는 길,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길이 열린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성서 시대 언어 용법에 의하면 "이름"은 그 인격체를 가리키기에,
반복해서 강조하신 이 말씀에서 "내 이름으로"라는 구절은 예수님 자신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이란 말은
"예수님께서 청하셨듯이 청원하면"이라는 의미다.
예수님께서 생각하셨듯 생각하고, 예수님께서 원하셨듯 원하고,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청하셨듯 청할 때
예수님에게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졌듯, 우리의 기도가 이루어진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말로만 예수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는 만사형통의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나의 욕심만 잔뜩 나열해 놓고 그 끝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이다. 아멘"
하는 식의 기도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가 아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는
예수께서 자신을 내어주시며 아버지와 하나가 되셔서 아버지의 일을 하셨듯 드리는 기도,
예수님과 하나이신 하느님께서 일하시도록
내 욕심을 내려놓고 내 뜻을 예수님의 뜻에 일치시키는 기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