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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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일 나해 -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부활 사건을 믿기가 쉽지는 않다. 한 예비신자가 교리를 꾸준히 잘 듣더니 갑자기 교리반에 나가기를 거부했다. 이유인즉 성당에서 사람을 바보 취급 한다는 것이다,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는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믿으라니 말이 되나! 사람을 바보 취급 해도 유분수지!" 하면서 이제 교리반에 나가지 않겠다고 아내에게 선언했다는 일화가 있다.
오늘 복음에 따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자 제자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제자들 역시 처음에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받아들이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니 부활을 믿지 못하겠다는 예비신자를 그리 탓할 일은 아니다. 어떻게 부활을 이해하고 믿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성경이 전하는 예수님은 돌아가시기 전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동일한 모습을 연속성이라고, 다른 모습을 비연속성이라고 부른다. 부활 이전과 다른 비연속성은 제자들이 문을 모두 닫았는데도 갑자기 나타나셨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예수님의 모습을 일컫는다. 이때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다. 이에 비해 연속성은 오늘 복음에서처럼 부활 이전처럼 제자들과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는 예수님의 모습을 말하며, 제자들은 그제야 예수님을 알아본다.
연속성과 비연속성 이해는 부활 이해에 도움을 준다. 연속성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고 예상할 수 있고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세상, 하나 더하기 둘은 셋이 자명한 세상 모습을 말한다. 이에 비해 비연속성은 원인에 따른 결과를 알 수 없기에 예측하기 힘들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상황, 하나 더하기 둘이 넷도 되고 다섯도 되는 세상, 새로운 차원의 세상 모습이다.
성경이 전하는 예수님의 부활은 분명 살아생전의 예수님으로 연속성을 지니지만, 결코 부활 이전으로 돌아간 소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연속성을 지닌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연속성 차원에서 복음 말씀대로 유령이 아니라 살과 뼈를 지니셨지만, 다시 썩고 죽을 그 예전의 몸으로 이 세상으로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비연속성 차원에서 인간의 최종적 한계인 죽음을 극복하고, 하느님의 차원으로 들어가셔셔, 지금 여기에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되었다.
이렇게 연속성과 비연속성을 동시에 아우르는 부활은 더 나아가서 예수님 혼자만의 부활로 끝나지 않고, 부활을 믿는 이들의 부활 신앙으로 이어진다. 즉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이들은 세상 안에서 생로병사를 겪으며 살지만(연속성),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소통하는 존재, 영과 육이 거듭난 존재로 비연속성을 살아간다.
부활을 체험하고 주님과 함께 사는 이들에게는 비연속성의 세계가 열린다. 즉 부활하신 주님께서 늘 함께 하시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은총을 누리며, 원인과 결과를 뛰어넘는 세계에서 예수님의 영에 이끌려 살아가게 된다. 이들에게 열린 새로운 세상은 부활 이전에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고 생전의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는 세상이다. 그렇게 부활 신앙을 갖고 부활의 삶을 살며 부활의 증인이 된다. 이들은 비연속성의 차원에서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힘들어도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께 희망을 둔다. 지금의 현실이 만족한다면 그 현실에 집착하기보다 하느님께 감사하며 "위에 있는 것"(콜로새3,1)을 추구한다. 또한 이들은 연속성의 차원에서 요행을 바라지 않고 예수님 말씀에 따라서 주어진 삶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다.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살아생전에 일러주신 율법과 예언서의 기록을 상기시키시며, 제자들의 마음을 여시어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에 관한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연속성에 매여 현실에서 살지만 당신에 관한 성경 말씀을 깨닫고 비연속성, 즉 부활의 희망을 안고 새로운 세계, 영원한 삶을 살도록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 주신다.
이어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떻게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될 것인가? 살아생전에 예수님께서 이르신 말씀의 뜻을 깨닫고 그 말씀에 따라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원수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고, 그 누구도 소외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주남의 부활을 증언하는 증인들이다. 이렇게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어둡고 불의한 세상에서, 악의 세력의 공격으로 오해받고 박해를 당하기도 하며 예수님처럼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죽음을 당할 수도 있지만, 예수님처럼 부활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삶, 즉 부활을 선포하고, 부활의 증인이 되라고 주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신다.
"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1요한 2, 5: 제2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