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승천 대축일 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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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승천 대축일 나해 -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오늘은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심을 기념하는 주님 승천 대축일이다. 예수님께서 올라가신 하늘은 어딜까? 승천은 물리적 개념이 아닌 신앙의 언어로써, 예수께서 오르신 하늘은 우주의 어느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계신 자리를 뜻한다. 성경을 통해 드러난 "하늘"의 신앙적 의미는 예수님의 승천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 메시지를 일러준다.
성경에서 하늘은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높은 곳으로 신적인 초월이나 무한함의 상징이다. 또한 신비로운 우주의 질서를 내포하며 완벽한 조화로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천문학적 의미가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로 "하늘"은 하느님의 처소를 상징하였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당신 거처인 하늘에 머무르시지 않고 땅으로 내려오시어 사람이 되신 분이 예수님이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고향인 하늘에 관해 살아생전에 자주 말씀하셨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하시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말씀으로 하늘은 당신의 아버지가 계신 곳임을 일러주시고, 재물을 하늘에 쌓으라고 이르셨다. 또한 하늘나라에 관한 신비를 겨자씨, 누룩, 씨 뿌리는 이, 가라지, 밭에 숨겨진 보물,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 그물, 포도원 농부, 혼인 잔치 등등 여러 가지 비유를 통해 자주 일러주셨다. 당신 외에는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기에 하늘에 관하여 설명을 하자면 비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늘로부터 오신 예수께서 고향인 하늘로 오르신 사건이 승천이다.
더욱이 하늘에서 오셨던 예수님은 혼자 하늘로 되돌아가고 만 것이 아니라, 당신을 구세주로 믿는 우리도 하늘에 오르는 길을 열어주셨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하늘을 그리워하는 이들이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거기서 구원자로 오실 것을 고대합니다. 그분은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키실 것이니, 곧 만물을 당신께 굴복시킬 수 있는 권능으로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필립 3, 20-21). 주님의 승천 축일은 곧 우리가 땅을 디디고 살지만 땅에 묶이지 말고, 주님께서 오르신 하늘로 마음을 드높이며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 2)에 대한 희망을 새롭게 하라고 주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시는 날이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늘에 오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예수께서는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명하신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제자들에게 맡기신 사명, 즉 복음을 선포하고 사람들을 구원하신 일은 공생활 중 예수께서 행하신 일이었다. 따라서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처럼 우리가 하늘로 오르기 위해서, 땅에서 예수께서 행하신 일을 우리도 행하라고 이르신다. 이제 당신께서 땅 위에 계시지 않으니, 그 대신에 우리가 이 땅에서 당신의 일을 계속하는 것이 하늘에 오르는 길이라는 말씀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그 막바지에 부상자와 사망자가 날로 늘어 갔다. 부상자들을 더 이상 병원으로 후송할 수가 없어 성당과 수도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 와중에 한 병사가 큰 부상을 당하여 의식을 잃은 채 성당으로 실려왔다. 그는 가톨릭 신자였다. 그는 "한평생 3번(태어나서 세례성사, 결혼하며 혼인 성사, 죽어서 장례 미사) 성당에 가는" 부류에 속하는 냉담자였다.
며칠 후 의식을 차린 그는 눈을 뜨자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의 얼굴은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고, 팔 하나와 다리 하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병사는 "이 몹쓸 놈의 전쟁이 십자가를 저렇게 만들었구나!"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십자가를 다시 한 번 쳐다보고 또 한번 놀랐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발아래 쓰인 글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사랑하는 형제여, 네가 나의 입과 팔과 다리가 되어 줄 수 없겠는가?" 그 십자가는 애당초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십자가 아래 쓰인 말씀에 충격을 받은 그 병사는 과거를 뉘우치고 몸이 나아 고향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예수님 발치에 쓰인 부탁 말씀대로 그분의 입, 팔, 다리 중 어느 하나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전쟁이 끝나고 그 병사는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병사는 참으로 열심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자신은 행복하고 주위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예수께서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라고 하신 당부 말씀은 당신의 빈자리에 우리를 초대하시는 말씀이다. 당신의 사명을 우리가 실행하라는 분부다. 주님의 일은 우리 능력이 아니라 주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주님의 일을 하면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 제자들이 주님 말씀대로 복음을 선포하자,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라고 복음은 전한다.
둘째 독서에서 들었듯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예수님 몸의 전부가 아니라 한 부분이라도 넉넉하다. 팔이든 다리든, 손이든 발이든, 눈이든 귀든 예수님의 한 지체가 될 때, 주님께서는 복음 말씀대로 늘 우리와 함께 일하신다. 그 결과 머리이신 예수님께서 오르신 하늘에 올라, 본래의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찾게 된다.
예수께서 선포하셨던 것처럼 우리가 복음을 선포하고, 예수께서 가난한 이, 병든 이를 사랑하셨듯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고, 예수께서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셨듯 우리가 못난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예수께서 하느님의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셨듯 우리가 작은 일에 희생할 때,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의 자리를 우리가 대신하게 된다. 그때 우리도 하늘에 오르리라는 초대가 바로 주님 승천 대축일에 담긴 희망찬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