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0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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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0주간 월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 슬퍼하는 사람들! ... 지금 우는 사람들!..."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하며 우는 이들은 불행해 보이는데, 행복하다고?
어떻게 이 역설적인 말씀을 알아들어야 할까?
행복선언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행복의 성격에 있다.
하느님의 다스리심(하느님 나라)을 전하며 산(하느님이 가까운 곳)에서 예수님이 선포하신 행복은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행복이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이란 인생이 내 손에 달려있기에 내가 개척하고 쟁취하는 행복이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행복이란 내 인생이 내 것이 아니요 하느님 손에 놓인 것이기에
하느님께 의탁할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을 말한다.
말씀에서 역설적으로 제시된 참된 행복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예수님 자신이셨다.
행복선언은 계명 이전에 당신이 행복하신 이유를 밝혀주시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이 말씀은 "모든 이에게 전해진 말씀이 아니라
제자들, 곧 당신을 더욱 가까이 따르려는 이들에게 이르신 말씀으로써,
당신의 운명, 당신의 삶을 일러주신 말씀이다."(H.U. von Balthasar)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이란 행복의 첫 항목은 전체 행복 선언의 제목과 같다.
가난한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스라엘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가난은 이들 주변의 몰인정한 소유욕의 결과였고, 하느님은 이들의 특별한 변호자이셨다.
그들은 가난한 가운데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만 두고 살아야 했기에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재물이나 명예 등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만 섬기신 가난한 분이셨던 예수께서,
그 가난(kenosis)이 얼마나 복된 것인지 제자들에게 고백하신다.
행복선언은 그렇듯 예수님의 삶으로 드러난 사랑의 신비이자
주님을 따르는 이들을 통해 드러나게 될 신비다.
이러한 의미에서 단순히 가난하기 때문이라기보다
하느님께서 주인이시기에 하느님 외에 다른 무엇도 찾지 않으므로 행복하다.
단순히 박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인 옳은 일을 위해 박해를 받기 때문에 행복하다.
"행복이란 필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나머지 것들은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바로 이때 필요한 한 가지는 물론 다른 모든 것이 주어진다." (토마스 머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