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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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 믿으신 분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주님 탄생 예고 직후, 서둘러서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마리아의 모습에서 사랑의 충동을 본다.
그리 단순하고 사랑 가득한 마리아에게 엘리사벳은 "행복하십니다, 믿으신 분!" 하고 외친다.
믿었기 때문에 복되다는 말은 믿음으로 눈에 보이는 특별한 이득을 얻었다는 뜻이 아니다.
마리아께서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 참으로 현존한다는 의미에서 복됨이다.
마리아가 보인 믿음은 사실에 대한 인식이나 지성적 동의 차원의 믿음이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하게 자기를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믿음이다.
한마디로 "순종하는 믿음"으로, 이로써 인간은 그가 참으로 누구인지 확정된다.
이 차원에서 믿는다는 것은 그분의 판단이 헤아릴 수 없으며,
그분이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없음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 주는 진리에 자신을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 믿음은 마리아 안에서 온전하게 실현된다.
순종하는 믿음을 통하여, 예수의 십자가상의 죽음 아래서,
마리아는 자신을 온전히 비우신 그리스도(kenosis) 와 온전히 일치한다.
인간 역사 안에서 가장 심오한 신앙의 kenosis라고 할 수 있다.
즉 믿음을 통하여 마리아는 당신 아들의 죽음, 구원의 죽음에 참여한다.
그렇게 참으로 믿으셨으니 복되신 이 찬미는 십자가 밑에서 더욱 빛난다.
십자가로부터, 구원의 신비의 깊은 내부로부터 이 축복받는 믿음의 광채가 퍼져 나오고 있다.
지상 여정 동안 믿음을 통하여 이 신비에 참여하신 마리아는
지금도 여전히, 신앙의 나그네길을 가는 이들에게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를 드러내신다.
이렇듯, 아들의 신비에서 어머니의 신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요한바오로 2세, 구세주의 어머니 Redemptoris mater, 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