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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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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주일 나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06-13 11:07   조회: 5,918회

본문


연중 제11주일 나해 - 하느님 나라는 ………

 


'예수를 믿으면 천국 간다'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천국, 즉 '하늘 나라'란 성경에서 마태오복음에만 등장하는 용어다. 여타의 성경에서는 모두 "하느님의 나라"라고 표현하는데, '하느님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탈출 20, 7 참조)는 유다인 전통에 따라, 유다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던 마태오복음서만 '하늘나라(천국)'라는 말을 썼다. 그러니 천국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가 예수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이다. '나라'란 일반적으로 '영토와 주권과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체제를 뜻하지만, 복음에서 사용한 '나라'(basileia)라는 말은 "다스리심", "현존하심"을 의미한다. 천국은 하늘에 있는 국가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상황,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상태를 뜻한다.

하느님 나라는 본 사람도, 다녀온 사람도 없기에 그 모습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비유로 이를 일러주신다. 그 비유 중에는 특히 씨앗과 성장에 관한 비유가 많다. 오늘 복음에서 들은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와 겨자씨의 비유 외에도,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 8), 가라지의 비유(마태 13,24-30), 누룩의 비유(마태 13, 33) 등이 그런 말씀들이다.

농사일에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비유하며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지금 여기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음을 일러주신다. 시작은 보잘것없이 작고 감춰져 있으며 위태로워 보여도 하느님의 다스리심은 끝내 결실을 맺게 된다. 어둠과 악의 세력이 아무리 강해도 하느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고, 지금은 작아 보여도 하느님의 현존은 우리 안에 점차 성장한다는 말씀이다(G. 로핑크).

오늘 복음에서 비유하신 하느님 나라를 보자. 예수님은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라고 이르신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도 모르는 새 조금씩 자라난다는 말씀이다. 땅에 떨어진 씨앗은 즉시 결실을 거둘 수 없다. 열매를 맺으려면 침묵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는" 시간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하느님의 다스리심, 하느님의 현존이 자라나는 섭리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는 가뭄이나 장마나 폭풍우도 닥쳐온다. 삶에도 가뭄과 폭풍이 있다. 누구도 나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고 하느님께서도 침묵하시는 듯한 힘든 시간이다. "추수 때"에 이르러서야 이 침묵의 시기, 죽음의 시간도 결실에 필요한 은총의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예수님 역시 죽음을 앞두고 십자가상에서 하느님의 침묵, 버려진 듯 보이는 죽음의 시간을 거쳐 부활하셨다. 하느님의 침묵 앞에 원망이나 갑갑함을 느끼고, 노력한 결실이 보이지 않을 때 불현듯 불안해진다. 바로 그때 내 안에 씨앗이 뿌려졌음을 기억하고, 하느님의 다스리심, 하느님의 현존을 믿고 결실을 기도하라는 초대 말씀이다.

이어서 겨자씨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겨자씨는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겨자씨는 무씨만큼 작지만 성장하면 6미터까지 자라난다. 성서 전반에서 하느님께서는 작은 이를 선택하시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인류 구원을 위하여 강대국이 아닌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이스라엘 왕국을 세우기 위해 건장한 형들 대신 막내였던 소년 다윗을 선택하시고,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놀라운 사건을 위해 나자렛 시골처녀 마리아를 선택하시고,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할 제자로 많이 배우지 못하고 재산도 없는 갈릴래아 어부들을 선택하셨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너무도 부족하여 아무 쓸모 없다는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우리에게 주님은 "나"라는 존재가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겨자씨처럼 그 안에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의 현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담겨있다. 더 나아가 내 안에 계신 하느님의 현존은 조금씩 자라나 언젠가 완성하시리라는 희망을 전하신다. 겉보기에 부당하고 보잘것없고 작기만 하지만, 내 안에 하느님의 씨앗, 하느님의 생명을 담고 있기에 내가 당신의 희망이라는 놀랍고도 기쁜 소식이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는 말씀은 나 자신뿐 아니라, 내가 만나는 이웃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이다. 우리 눈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웃 안에도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 심어져 있음을 믿고 그 씨앗이 자라나기를 희망하며 서로 격려하라는 말씀이다.

몇 해 전 가수 인순이가 미국에서 한 흑인을 만난 일이 감동적으로 보도되었다. 인순이는 혼혈로 태어나 미군 기지 근처에 살았는데 얼굴빛이 검다는 이유로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춘기 소녀에게 빛이 된 사람이 있었다. 주한미군이었던 19살짜리 로널드 루이스 일병이었다. 흑인으로 많은 차별을 경험했던 그는 소녀 인순이를 만나서 영어도 가르쳐주고, 옷도 주고, 절대로 꿈을 잃지 말라고 격려해 주었다. 로널드는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소녀 인순이에게 심어준 희망은 꺼지지 않았다. 아무리 절망적일 때도 자신을 믿어주고 하느님의 씨앗이 심겨 있다는 희망을 전해 준 기억은 인순이가 살아가는 내내 그를 지켜주는 등불이 되었다. 큰 가수가 된 인순이는 고마움을 잊지 못하여 38년 만에 그를 찾았다. 감격적인 해후에서 인순이는 그 오빠를 위해 ‘Amazing Grace’를 불렀다. 주님의 놀라운 은혜가 두 사람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들의 가슴에 넘쳤다. 혼혈아라고 차별받던 소녀에게 희망을 준 단순한 격려, 그것이 인순이 마음에 겨자씨가 있음을 믿게 하였고, 하느님의 놀라우신 은총의 결실을 가져왔다. 내 주변의 차별받는 이웃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길이 하느님의 겨자씨다. 하느님의 나라는 그렇게 시작되어 점점 자라난다.

이처럼 겨자씨 같은 하느님 나라는 먼저 부족한 내 안에 하느님의 씨앗이 심겨 있음을 믿을 때 내 안에서 자라난다. 또한 내가 만나는 작은 이들 속에도 하느님을 향한 생명이 담겼음을 신뢰하고 격려하며 키워갈 때 하느님 나라는 그 작은 이 안에서 자라난다. 그렇게 나와 너 모두 안에 하느님의 씨앗이 심겨 있음을 믿고 싹터올 때,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늘 기도하듯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다. 오즐 주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그 믿음을 새롭게 하자.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언제나 확신에 차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제2독서: 2코린 5,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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