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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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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 나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07-25 09:17   조회: 5,760회

본문


연중 제17주일 나해 -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나누어 주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수님 주변에 몰려든 군중은 하느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을 들었으니 영혼이 배불렀지만 육신은 배가 고픈 상황이었다 먹어야 산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필립보는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한다. 해결이 불가능한 난감한 처지에서 어떤 아이가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는다. 오천 명이 넘는 군중의 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빵을 손에 들고 감사기도를 드리신 다음 사람들에게 나눠주시니" 오천 명이 배불리 먹고 남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배고픈 어른 혼자 먹어도 시원찮은 양인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어떻게 오천 명이 먹고 남을 수 있었을까? 여러 설명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음식이 예수님의 손을 거쳤다는 점이다. 한 사람에게도 부족한 음식이 예수님의 손을 거치자 오천 명이 먹고 남는 기적의 음식으로 바뀐다. 주님의 손을 거치며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러한 기적을 가져올까? 예수께서는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를 손에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다. 하늘을 우러러 빵을 많게 해 달라고 애원의 기도를 드리지 않으시고, 이미 주신 빵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다. 감사드림(eucharisteo)이 기적의 열쇠였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 예시하고, 돌아가시기 전날 설정하시는 성체성사, 즉 당신의 살과 피로 우리를 먹이시는 미사는 본래 감사제(Eucharistia)였다.

"감사하는 마음—그것은 곧 아는 마음이다! / 내가 누구인지를 그리고 /主人이 누구인지를 아는 마음이다." (김현승, 감사하는 마음 중) 예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를 드시고 감사드리신 이유는 주인이 누구인지 아셨기 때문이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물고기와 보리빵의 주인이고, 이 빵과 물고기를 내놓은 아이의 주인도 하느님이시고, 말씀에 배고프고 빵에 굶주린 이 군중도 모두 하느님께서 만드신 백성임을 아시기에 예수님은 당신의 아버지이자 창조주 하느님께 감사드리신다.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는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라고 고백한다. 세상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신"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시작하신 창조 작업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롭게 하시고 완성하신다. 그 예표가 오천 명을 먹이는 사건이었고, 그 완성이 최후의 만찬에서 우리에게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 주신 감사제였다. 빵의 기적은 이처럼 예수님을 통해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는 기쁜 소식,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는 복음이었다.

음식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것이 겉보기에는 아무리 보잘것없더라도 예수님의 손을 거치면 만물 안에 계신 하느님이 드러나는 새로운 존재가 된다. 내가 가진 것이 주님께서 주신 것임을 깨닫는 감사의 마음과,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은 아이처럼 주님께서 주신 것을 주님께 내어드리는 봉헌이 새로운 세상을 연다. 

중증 장애인 화가 이주연씨 실화다. 단란한 7남매 막내였던 이주연씨는 두 살 때 아버지께서 자동차 사고로 돌아가시고, 이 소식에 큰언니는 놀라 넘어져 머리를 다쳐 간질병을 앓게 된다. 이후 가장 역할을 하던 큰 오빠가 물에 빠지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충격으로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이씨는 25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와 취직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는데 결혼을 3개월 앞둔 어느 날 옥상에서 빨래를 널다가 아래로 떨어지며 목이 부러져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되었다. 자살을 시도했으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몸은 썩어 들어가서 욕창으로 혼수상태에 빠질 때도 많았다. 혼자 살 수 없어 가평 꽃동네에 들어간 이주연씨는 예수님을 알게 되고 소화 데레사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세상에 이렇게 기구한 인생도 있나 싶은 삶이 세례 후 세상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나 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감사할 뿐입니다.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살아있다는 것 모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밥 먹는 것, 숨 쉬는 것 하나하나까지 감사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감사하는 삶으로 바뀌자 의욕이 생겨났고,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생각 못 한 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입으로 붓을 움직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화가(구족화가)가 되었고, 글을 쓰기 시작하여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주연씨가 행복에 차서 전하는 말을 들어보자: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많은 선물 중에 감사한 것은 어깨 위를 쓸 수 있다는 축복입니다. 목을 움직이고 두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보며 작은 입술로 이것저것 남을 도울 수 있으니까요. 하느님께서 저를 살려주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감사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건강한 신체를 지니고도 감사하지 못하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이 진짜 장애자일지 모른다. 받은 것에 고마움을 모르면 차고 넘치는데도 부족함을 느끼고, 오로지 더 채우고자 하는 탐욕의 노예가 된다.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마음으로 가진 것에 감사하고 기쁘게 봉헌하며 자신의 그릇을 비울 때, 더 큰 은총을 받게 된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때 닫혀있던 마음이 열리고, 사소하게 여기던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것으로 바뀐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삶은 그렇게 시작된다. "별빛에 감사하는 자에게 하느님께서는 달빛을 주시고, 달빛에 감사하는 자에게 햇빛을 주시고, 햇빛에 감사하는 자에게 영원히 지지 않는 은총의 빛을 주신다."(찰스 스펄전)

오늘 복음에서 빵을 넉넉하게 먹은 사람들은 예수님을 억지로 왕으로 모시려 했다.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예수님을 이용하려는 태도다. 그러나 예수님은 산으로 피하신다. 얼마나 자주 우리도 필요할 때만 예수님을 이용하려 했던가? 조금 좋으면 좋아서 감격하고 작은 시련이 오면 금세 불평하지 않았던가? 감사하며 봉헌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이용하려고 하면 예수님은 그곳에서 떠나신다.

신앙생활의 본질은 예수님을 이용하는 데 있지 않고, 감사에 있다. 많이 받았다고 감사드리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이라도 주님이 주셨음을 깨달아야 감사하게 된다. 그분은 내 인생에 최소한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는 주셨지 않았나? 내 삶에 주어진 것의 주인이 누구인지 일고 그분께 봉헌한다면, 내게 주신 은총은 그분의 손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넉넉히 되돌아올 것이다. "사람들이 보리 빵 다섯 개를 먹고 남긴 조각으로 열두 광주리가 가득 찼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기쁜 소식으로 말씀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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