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0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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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간 화 -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누구나 편안하고 넉넉한 삶을 위해 부자가 되려 하는데, 주님의 말씀은 충격적이다.
이 말씀에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제자들이 놀라서 수군댄다.
제자들 역시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산과 부동산이 많은 이들만 부자는 아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치장하는 것, 자아를 안전하고 크게 보이게 하는 모든 것이 재산이다.
자아를 키우려는 집착은 삶을 무겁게 하고, 인간을 낙타처럼 크게 만든다.
'내 것'을 키우려는 이, 자아를 크게 하려는 본성에 묶인 이가 바늘구멍 앞의 낙타 아닐까?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갈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늘구멍보다 작아지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사람 힘으로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가능하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낙타인 내가 바늘구멍보다 더 작아지는 길이
삶의 중심을 "나"로부터 "하느님"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모든 것을 받아주시는 아버지이시기에
내가 작을수록 돌봐주시고, 재산이 없을수록 당신이 내 삶을 마련하신다.
그렇게 내게서 하느님께로 건너가, 하느님이 커지고 내가 작아질 때 낙타는 바늘귀를 빠져나간다.
말씀을 건네시는 예수님을 다시 본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자신을 낮추시고, 거기서 더 내려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분,
당신의 것인 살과 피마저 우리에게 내어 주신 분,
이렇게 인간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이가 되어 바늘구멍이 아니라 죽음의 문을 통과하신 분,
그토록 작아지신 분께서 사랑 가득한 눈길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당신처럼 "나"를 내려놓고 작아지라고 초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