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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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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일 나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08-01 10:26   조회: 5,582회

본문


연중 제18주일 나해 - 내가 생명의 빵이다

  


지난 주일,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말씀을 들으며, 주어진 삶에 감사를 드릴 때 삶이 기적처럼 풍요로워짐을 묵상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감사와 나눔보다는 원망과 불평불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첫 독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뒤에 벌어진 사건을 전한다. 그들은 사막에서 목마름과 배고픔에 시달리자,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라고 불평하며 해방 이전의 노예생활을 그리워하였다.

남의 이야기일까? 신앙인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는 길에 들어섰지만 세상의 유혹, 흔들리는 믿음, 교회에 대한 실망 등등의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위기가 닥치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에 감사드리기보다는 편한 세상을 욕심내고 신앙을 갖기 전 옛날을 동경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불평하는 이들에게 만나를 내려 먹여 살리신다. 배은망덕한 불평꾼들에게 벌을 내림직한데, 오히려 먹여 살리시는 하느님께서는 분명 사람과 다르시다.

이 만나의 의미를 예수님께서 일러주신다. 지난주 복음에서 들었듯 사람들은 빵을 먹고 배가 부르자 예수님을 따라나선다. 육신의 배부름에 만족하려는 이들에게 예수께서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라고 이르신다. 그러자 사람들은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한다. 이에 예수님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신다. 영원한 생명을 바란다면 선행, 자선, 봉사 등 여러 가지 활동에 우선하여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으라는 말씀이다. “믿는 이에게 있어서 활동은 신앙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지, 신앙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H.U. von Balthasar). 빵의 기적은 배부르게 먹고 열심히 일하라고 베풀어 주신 것이 아니라, 그 기적을 베푸신 예수님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임을 믿으라고 베푸신 기적이다. 영혼의 굶주림과 갈증을 채울 분이 바로 하느님이 보내신 그리스도라는 말씀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는 생명의 빵이시다.

어떻게 이 믿음을 키울 수 있을까? 예수께서는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라는 말씀으로 그 길을 일러주신다. 빵을 먹기 전에 그 빵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주셨는지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일에 감사하는 마음이란 곧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마음임을 묵상했다. 빵이든 시간이든 재물이든 건강이든 세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주셨는지 깨달을 때, 이 모두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된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라는 말씀이 이루어진다. 즉 하느님의 빵을 먹고 하느님의 생명을 누리게 된다.

밥을 먹기 전에 식사 전 기도로 불자들은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고 공양게송(오관게)을 바친다. 이 밥이 어디서 왔는가? 한 톨의 쌀알이 내 앞에 오기 위해서 온 우주가 힘을 쏟았다. 태양은 햇살을 비춰야 하고, 비도 제때 내려야 하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야 하고, 흙은 벼를 지탱해야 하고, 사람들은 땀 흘려 기르고, 농기구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또 음식을 만들기 위해 밥솥, 땔감, 등등 한 톨의 밥 알에 우주의 노력이 담겨있다. 이를 깨달으면 이 음식을 헛되이 먹을 수 없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사찰의 식당인 공양간에는 '일미칠근'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쌀 한 톨의 무게가 일곱 근'이라는 말이다. 쌀 한 톨에는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 들어 있고, 그 쌀을 한 톨이라도 낭비하면 지옥에 가서 일곱 근의 살점을 베어내는 벌을 받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우주의 이치를 담은 소중한 가르침으로 들린다.

우리의 밥상, 나의 삶이 어디서 왔는가? 주님께서 분명히 이르신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그렇다. 나에게 주어진 일상의 모든 것들, 먹는 음식, 가족들, 친구들, 직장, 시간, 건강, 재산 등등 이 모든 것이 그 근원을 살펴보면 하느님으로부터 왔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진정한 신앙인이다. 비록 주어진 것이 부족하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더라도 주어진 모든 것 안에 하느님의 섭리가 있음을 믿고 주님께서 생명을 주시는 선물로 받아들이고 감사드림이 신앙이다.

우리의 삶이 어디서 왔는지 알 때, 앞으로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 열린다. 두 번째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지난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라고 말씀 하신다. 그저 먹고살기 급급했던 오염된 세상에서 살던 우리에게 하느님은 새로운 창조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새로운 인간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간다는 말씀이다.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은 생명의 주인을 알아보는 사람이다. 새 인간은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과 이웃과 자신을 보는 사람이다. 즉 자신과 이웃과 세상에 담긴 하느님의 모습을 보며, 거기 담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감사하며, 그 자비와 사랑을 나누는 삶을 통하여 새로운 세상을 살아간다. 새로운 창조, 새 인간, 새 삶의 기쁜 소식이다.

구약에서 하느님은 사막은 헤매는 이들에게 만나를 주셨다. 신약에서 예수님은 영육 간에 굶주리는 이들에게 빵을 주셨고, 지금은 미사 성제를 통해 빵이 되셔서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눠주신다. 오늘, 삶의 사막에서 사랑에 배고프고 자비에 목마른 이들에게 주님은 이르신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 굳게 믿고 쌀 한 톨, 밥 한 그릇, 냉수 한 잔을 앞에 놓고,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왔음을 고백하는 이들에게 주님께서 친히 이르신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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