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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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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일 나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1-10-03 18:27   조회: 5,274회

본문


연중 제27주일 나해 -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러시아 격언에 "전쟁에 나갈 땐 한 번 기도하라. 바다에 나갈 땐 두 번 기도하라. 그리고 결혼할 땐 세 번 기도하라."라는 말이 있다. 목숨이 오가는 전쟁터보다도, 모든 것을 삼키는 바다의 풍랑보다도 남녀의 결혼생활이 더 위험하고 힘들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오늘 들은 성경 말씀은 혼인과 이혼, 남자와 여자, 인간관계에 관한 말씀이다.

첫 독서는 남자 여자의 창조 이야기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사람이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찾지 못하였다."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 사람에게서 빼내신 갈빗대로 여자를 지으셨다." 남자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들었다는 표현을 두고 여자가 남자의 부속물이라고 해석한 적도 있지만 이는 성경에 관한 무지의 소산이다. 성경의 이 표현에 등장하는 갈비뼈는 생명의 핵심인 심장을 보호하며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듣는 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심장을 보호하고 상대방의 심장 고동을 듣는 동등한 존재라는 뜻이다. 이렇듯 성경 말씀은 여자가 남자의 보조역이 아니라 "협력자"임을 일러준다. 여성과 남성은 어느 쪽도 우월한 지배자가 아니라 같은 존엄성을 지닌 존재다. 아담이 하와를 두고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라고 고백하였듯, 부부는 같은 기원에서 나왔기에 하나가 되어 서로를 살리도록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습대로 부부가 하나가 되기는 어려웠다. 복음에서는 바리사이들이 남자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정당화하려고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모세는 허락하였습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예수님은 이들에게 "너희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모세가 그런 계명을 기록하여 너희에게 남긴 것이다."라고 이르신다. 이혼법을 정한 모세 시대는 남성 중심의 사회로 남자들이 여인들을 붙잡아두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모세의 이혼법은 이렇게 학대받는 여자들을 구출하기 위한 약자 보호 규정이었다. 후대에 이 법을 악용하여 남자들이 조강지처를 버리는 구실로 삼았다.

예수께서는 약자를 존중하는 모세법의 본래 정신을 일깨워 주시며, 더 나아가 혼인의 근본을 일러주신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라는 말씀으로 혼인이 남자 여자만의 속사(俗事)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성사(聖事)임을 선언하신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이 보이게 드러난 표지다. 부부 관계가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이라는 예수님의 선언은, 부부가 이루는 가정이 단순한 서식처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계신 곳이요, 부부의 사랑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이게 드러내는 성사라는 말씀이다.

남자 여자의 관계뿐 아니라 신앙인에게 인간관계는 하느님이 드러나는 성사적 성격을 지닌다. 둘째 독서 히브리서는 "​​사람들을 거룩하게 해 주시는 분이나 거룩하게 되는 사람들이나 모두 한 분에게서 나왔습니다."라고 전한다. 인간을 성화시키는 예수님과 예수님을 통해 성화되는 인간은 동일한 기원을 갖는다는 말씀이다. 예수님과 우리가 같은 하느님으로부터 유래하기에 예수님께서는 거리낌 없이 우리들을 “형제”라고 부르신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들 역시 인간과 한 몸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와 형제가 되었다. 노인이나 젊은이, 외국인이나 병자, 가난한 이들이나 외로운 이들 모두 한 아버지의 형제자매다. 그들도 우리도 같은 하느님께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안에서 하느님을 알아보고 그들을 섬길 때 그들과 우리의 만남은 성사가 된다. 현실을 보면 예수님 당시나 지금이나 사회적인 약자인 여자들, 아이들,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나 병든 이들, 가난한 이들, 성소수자들, 불법 체류자들과 난민들은 차별과 학대, 착취와 폭력에 시달린다.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 채 떨고 있는 그들이 내게 누구로 보이는가?

어떤 영적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밤이 언제 끝나고 낮이 언제 시작된다고 생각하느냐?" 한 제자가 대답했다. "멀리서 한 마리의 동물을 보았을 때, 그것이 양인지 개인지 구별할 수 있을 때입니다." 스승이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했다. 다른 제자가 대답했다. "멀리서 나무를 보았을 때, 그것이 밤나무인지 복숭아나무인지 구별할 수 있을 때입니다." 역시 스승은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했다. 제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대체 그것이 어느 때입니까?" "너희가 사람의 얼굴을 보고 너희의 형제인지 자매인지를 알 수 있을 때이다. 이것을 구별할 수 없다면, 아직도 깊은 밤에 머물러 있는 것이야." (탈무드)

언제 우리에게 어두운 세상이 지나고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될까? 무능한 주제에 고집불통인 남편이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내 협조자로 보일 때, 항상 자기 말만 앞세우며 내 사정을 몰라주던 아내가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로 보일 때,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자녀가 내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 보일 때, 나이 드시며 점점 힘든 짐과 숙제로 다가오는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의 선물로 보일 때, 만나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친지나 이웃들도 하느님의 숨결이 깃든 이들로 보일 때,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나 왜 사나 싶게 골치 아픈 이웃이 하느님 안에 같은 기원을 둔 나의 형제로 보일 때, 갖지 못해서 배우지 못하고 차별당하고 착취당하며 서럽고 힘들어하는 이들이 나의 자매로 보일 때, 밤이 지나고 낮이 시작되듯 하느님 나라가 우리 안에서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이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되리라." (1요한 4,12: 복음환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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