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간 수요일
본문
대림 제1주간 수 -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
그분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들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시리라." (독서)
침략과 약탈과 살육으로 얼룩졌던 시온산에서 주변의 모든 민족들에게 잔치를 베푸시겠다는 약속이 선포된다.
적대적인 원수들과 먹고 마시는, 화해와 친교의 축제인 잔치는 종말에 완성될 새 세상을 선포하는 기쁜 소식이다.
그 잔치의 절정은 인간에게 덮인 너울과 덮개가 없어져서 하느님의 얼굴을 직접 뵙게 된다는 점이다.
너울과 덮개는 상을 당한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던 도구였다.(2사무 15,30)
사람은 하느님 뵙기를 갈망하지만(시 42,3) 하느님의 얼굴은 직접 보면 죽는다.(탈출 33, 17-23)
그런데 이사야는 죽음의 공포와 슬픔이 사라지고 하느님을 뵙는 갈망의 성취를 예언한다.
"말 못 하는 이들이 말을 하고, 불구자들이 온전해지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눈먼 이들이 보게 되자, 군중이 이를 보고 놀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복음)
이사야가 예언한 시온산에서 벌어질 잔치가 "산에 오르신"(마태 15, 29) 예수님을 통해 벌어진다.
사람이 불구 상태에서 제 모습을 되찾는 잔치인 구원 약속이 실현되는 장면이다.
인간 실존의 한계인 죽음의 너울과 절망의 덮개가 벗겨져서 마주 본 하느님 얼굴은 예수님이었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복음)
불구 상태에서 치유를 받아 제 모습은 찾았지만 사람에게 배고픔은 남아있다.
사흘 굶은 군중과 제자들에게 주님은 바로 빵을 주지 않으시고 우리가 가진 것을 물으신다.
하느님의 맨 얼굴인 예수님은 구원 약속의 완성을 위해 우리의 참여를 요청하신다.
예수님의 질문은 주님께서 채워주실 잔치에 우리의 가난함을 참여시키는 말씀으로 들린다.
주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실 뿐만 아니라, 자비를 베푸는 당신 본성에 우리를 참여시키신다.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아, 우리에게 아들을 주신 아버지, 목숨을 주신 아들과 하나 되도록 초대하신다.
하느님의 얼굴이 예수님에게 드러났듯, 가진 것을 나눔으로 우리가 그 얼굴을 드러내라는 말씀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