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간 화요일
본문
사순 제3주간 화 -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
"저희의 죄 때문에 저희는 오늘 온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백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독서)
돌보아주는 이 없는 유배지에서 불가마에 던져진 상황, 여기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자르야는 불길 속에서 자신의 삶과 백성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하느님께 받은 자비를 기억한다.
그리고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으로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느님의 자비를 청한다.
나라의 파멸과 유배에 이어진 시련과 고난을 절망으로 끝내지 않고 정화와 속죄로 받아들인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복음)
하느님께서 너에게 자비를 베푸셨으니 너도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말씀은
나에게 자비를 베푸신 하느님을 잊어버리면 자비를 베풀지 못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나에게 잘못한 형제의 허물만 보거나, 나의 상처만 볼 때 자비를 베풀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내 삶의 발자취에서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손길을 다시 볼 때 자비를 베풀 마음이 일어난다.
하느님으로부터 자비를 받았으니 너도 자비를 베풀라는 말씀에서 자비의 순환 구조를 발견한다.
하느님께 받은 자비를 이웃에게 베풀며 나눌 때 그 자비가 살아 숨 쉬며 더욱 커진다.
그러나, 주인의 자비를 입어 석방된 종이 동료에게 무자비하게 행동하면 다시 수감되듯,
받기만 하고 나누지 못할 때 자비는 생명력을 잃고, 끝내 내가 받은 자비조차 사라지고 만다.
결국 자비는 타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방되는 길이자 자신에게 베푸는 선물 아닐까?
시련과 고난(첫 독서)이든 자비를 입은 은혜로운 상황(복음)이든
내게 벌어진 일만 보지 않고 그 너머 하느님의 자비를 보라는 초대를 듣는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