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원가입  |   로그인  |   오시는 길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말씀의 숲
영성의 향기 말씀의 향기 수도원 풍경 세상.교회의 풍경 기도자리
말씀의 향기

연중 제13주일(다해)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2-06-26 09:38   조회: 4,158회

본문

연중 제13주일(다해) - 나를 따라라.

 
신앙이 무엇일까? 신을 믿는 행위, 신에게 의탁 등 여러 방식으로 설명을 할 수 있겠지만, 성경에 따르면 신앙은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이다. 이 관계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으로 이루어진다. 하느님께서는 구약에서 노아, 아브라함, 모세와 예언자 등을 부르셨고, 신약에서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비롯하여 많은 이를 부르신다. 우리가 받은 세례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었다. 오늘 듣는 성서 말씀은 공통적으로 부르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첫 독서는 예언자 엘리아를 통해 엘리사가 부름을 받는 장면이고, 복음은 예수께서 사람들을 부르시는 상황을 전하고,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이유를 밝혀준다. 신앙의 핵심인 부르심이 어떻게 시작되어 결실을 맺는지 우리가 들은 말씀에서 살펴보자.

먼저, 부르시는 분은 누구인가? 주님께서 부르신다. 단순하지만 참으로 중요한 사실이다. 신앙은 우리의 선택 이전에 하느님께서 먼저 부르셨기에 시작된다.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 자발적으로 입교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신앙의 성숙과 더불어 자신의 선택에 앞서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신앙이 자신의 선택이라면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신앙을 버릴 수도 있다. 신앙은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취사선택이 아니라, 주님이 주도하시는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을 드림으로써 삶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임을 고백하는 행위다.

누구를 부르시는가? 즉, 부르심을 받을 자격 조건은 무엇인가? 성경 어디에도 그 조건을 제시한 구절이 없다. 죄인-선인, 부자-가난한 이, 어부-공직자, 여자-남자, 창녀-세리-경건한 이들 등 모두 다 부르심을 받는다. 부르심의 이유를 제2독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자유인으로, 하느님의 아들딸로서 본래의 인간 존엄성을 되찾으라고 부르신다.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길에서 제외되는 사람, 인간다워지는 길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자격 조건 없이 누구나 부르신다.

어디로 부르시는가?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을 부르신다. 예루살렘은 주님께서 죽임을 당하고 부활하신 곳이다. 그 길로, 수난과 죽음의 길로 주님은 우리를 부르신다. 무지개 길이 아닌 십자가 길이 신앙인의 길이다. 당신을 따르겠다는 자원하는 이에게 예수님은"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라고 말씀하신다. 주님이 부르신 길은 머리 둘 곳을 보장받고 보금자리를 해결하는 의식주의 방편이 아니다. 신앙은 일한 대가로 품삯을 받는 노동이 아니고, 투자한 만큼 수입을 내는 사업도 아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참 신앙의 대가는 새로운 존재로 거듭남이다. 주님이 앞서가신 십자가의 길을 따름으로 주님과 하나가 되어, 주님이 부활하셨듯 진정한 자유인으로 거듭남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어떤 자세로 부르심에 따라야 하나?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서 따르겠다는 이에게 예수님은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고 말씀하신다. 부자지간의 인연조차 끊어 버리라는 듯 들리는 말씀을 통해, 하느님 나라는 세상의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점을 일러주신다. 주님의 부르심을 따르기에 앞서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겠다고 하자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고 이르신다. 부르심에 응답하고 주님을 따름은 자기중심적 삶을 버리고 떠날 때 시작된다. 새롭게 시작하는 길, 거듭나라는 부르심 앞에 세상 일을 곁눈질하지 말고, 과거나 미래나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자유인으로 따를 것을 요구하시는 말씀이다.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부르심에 응답한 사람은 실존의 변화를 겪는다. 그리하여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시몬의 아들 바르요나가 베드로로, 사울이 바오로로 이름이 달라진다. 부르심 받은 이들은 존재가 변화되는 상징으로 이름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도 세례 때에 세례명을 받아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난 존재들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속은 그대로 둔 채 겉만 바꾸려는 이의 어리석음을 일컫는 말이다. 마음속은 세상 일에 매인 채 겉으로만 주님을 따르겠다는 태도나, 마음속으로는 추종의 대가를 바라며 겉으로는 십자가를 진 주님의 제자 처신을 하는 이중성은 거듭난 모습이 아니다. 거듭남 없이, 존재의 변화 없이, 속은 자기 것을 채우려는 집착과 자기 고집을 담은 채 겉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했다고 여기면, 줄 그은 호박을 수박이라고 우기는 짓처럼 헛일이다.

자기가 선택한 자기 식 신앙을 고집하는 한 하느님은 주인이 아니시고, 하느님이 주인이 아닌 신앙은 삶에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는 단순한 취미생활일 뿐이다. 부르심에 참으로 응답을 드리는 신앙은 호박에 줄 긋는 식의 흉내 내기가 아니라 존재를 변화시키는 신앙이다. 인생의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지 않고 하느님께 있기에 내가 아닌 하느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선택 이전에 하느님께서 먼저 부르셨음을 고백하며, 세례 때 새로운 이름을 받았듯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삶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진정한 신앙이다. 그 신앙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끈다.

우리 모두 부르심을 들었기에 여기 이 자리에 모였다. 이 부르심에 합당하게 응답하도록 기도하자. "내가 당신을 택하기 이전에 나를 선택하시고 부르신 주님, 제 삶의 주인은 제가 아니고 당신입니다. 조건 없이 나를 부르시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는 주님, 저 역시 과거든 현재든, 죽은 이든 산 이든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유로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이 가신 십자가와 죽음의 길을 따르렵니다. 그래서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당신과 하나가 되도록 저를 받아 주소서."

 

[출처] 말씀에 



해뜨는 마을 l 영보자애원 l 영보 정신요양원 l 천안노인종합복지관
교황청 l 바티칸 뉴스 lCB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l 한국 천주교 주소록 l 수원교구
우. 13827 경기 과천시 문원청계길 56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56 MunwonCheonggyegill Gwachon-si Gyeonggi-do TEL : 02-502-3166   FAX : 02-502-8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