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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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간 목 - 마음은 무디고
"왜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십니까?"
'비유(比喩 παραβολή)'란 희랍어 παρά (옆에)와 βάλλω(제시하다)의 합성어로,
‘병립하다’, ‘비교하다’라는 어원적 의미를 지니며, '견주어(compare) 깨우침'을 뜻한다.
즉 어떤 것을 드러나게 이야기하며 동시에 그 속에 감춰진 다른 의미를 견주어 전하는 소통 방식이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이야기(특히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의 약 1/3이 비유 형식이기에
비유에 감춰진 신앙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먼저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를 이해하고,
또한 비유를 알아듣지 못하는 원인을 살펴야 한다.
"내가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비유로 말씀하시는 이유는 본 적 없는 "하늘 나라의 신비" 이해를 돕기 위함이고,
비유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눈과 귀가 닫혔기 때문이라는 말씀이다.
사람의 마음이 자기 생각에 매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을 때 눈과 귀가 닫힌다.
"마음은 무디고"라는 구절의 직역은 "마음에 기름기가 끼어서"라고 한다.
말씀에 자기 관념을 투사하여 생각의 기름기가 잔뜩 끼면 마음이 무디어진다.
마음의 기름기를 빼서 자기 생각이 아니라 말씀하시는 분의 입장이 될 때 귀와 눈이 열릴 것이다.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같은 세상이지만 자기 생각의 기름기가 잔뜩 낀 내 마음이 아니라
하느님 마음으로 보고 듣는다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보인다.
그렇게 하느님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자비로 가득 차 있기에, 그것을 보는 눈과 귀는 행복하다.
그런 행복을 누리는 사람, 즉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기름기를 빼지 못해 행복을 모르는 사람, 즉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말씀 앞에서도 작은 자아에 묶여서,
진실을 마주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을 투사하기에 급급하면 마음에 기름기가 낀다.
안타까운 그 모습을 예레미야는 이렇게 그린다.
"그들은 생수의 원천인 나를 저버렸고
제 자신을 위해 저수 동굴을, 물이 고이지 못하는 갈라진 저수 동굴을 팠다.”(독서)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