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9주일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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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일 다해 - 행복하여라. 깨어있는 사람들
모든 종교는 신앙 실천의 요체로 깨어있음을 강조한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기다리라."고 당부하신다. 인간은 미래를 알지 못한다. 죽는 날을 미리 안다면 적당히 살다가 죽기 직전 회심하면 될지 모르지만 그런 미래는 없다. "주인이 언제 올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깨어 있지 않으면 주인을 만나지 못한다.
왜 깨어 기다려야 할까?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 번씩이나 깨어있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선언하신다. 기다릴 것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할 일 없어 편할 듯하지만, 무의미와 무기력에 빠져 공허해지기 십상이다. 기다리는 사람은 힘이 들어도 목표가 있기에 방황하지 않고, 현실이 어둡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희망을 갖고 충실하게 살아간다. 깨어 기다리는 사람은 희망을 갖고 생기 넘치게 살기에 지금 여기서 이미 행복하고, 미래에 하느님 나라까지 주어지기에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말씀이다.
어떻게 늘 깨어있을 수 있을까? 둘째 독서인 히브리서는 그 비결이 믿음에 있음을 전한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믿지 않을 때 사람들은 미래를 알지 못해 불안해한다. 그러나 진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하느님의 자비와 섭리를 확신하기에 미래를 불안이 아니라 희망으로 기다린다. 믿음은 이처럼 우리를 깨어있게 하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한다.
어느 날 인도에서 마더 테레사는 홀로 살고 있는 가난한 할머니를 찾았다. 할머니는 그저 숨이 붙어 있을 뿐 죽어 있는 사람 같았다. 더럽고 지저분한 방에서 바삭 야윈 채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마더 테레사는 그 할머니에게 따듯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집안을 청소하였는데, 청소하던 중 먼지가 덕지덕지 묻었지만 참 예쁜 등잔 하나를 발견하였다. "할머니, 이렇게 예쁜 등잔에 왜 불을 켜지 않나요?" "등잔 불 켜야 할 일이 없어요. 아무도 날 찾아오지 않거든요." "만일 누군가 할머니를 매일 찾아오면 이 등잔을 밝히실 건가요?" "그럼요." 마더 테레사는 수녀들에게 그 할머니를 매일 찾아가라는 부탁을 하였다. 젊은 수녀들이 꾸준히 찾아가자 그 할머니는 놀라울 정도로 기력을 회복하여 생기 넘치고 기쁘고 깨끗이 살아갔다. 2 년 후 할머니가 마더 테레사를 다시 만나 말하였다. "데레사 수녀님, 나는 그날 이후, 내 등잔의 불을 하루도 꺼뜨려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매일매일 등잔의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참 감사합니다!"
마더 테레사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내가 그 할머니에게 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지극히 작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일이 그 할머니로 하여금 예쁘고 작은 등잔에 다시 불을 밝힐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랑은 대단히 커다란 그 어떤 일이 아닙니다. 작은 미소, 작은 친절, 작은 관심이 곧 사랑입니다. 우리가 얼마든지 베풀 수 있는 그 작은 사랑이 또 다른 외로운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작은 등잔에 다시 불을 밝힐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외로워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등잔에 불을 밝힐 수 있도록 작은 미소를 베푸십시오. 작은 관심을 베푸십시오. 작은 칭찬을 베푸십시오."
세상이 어둡다. 점점 말이 통하기 힘들어지는 가정,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람들이 넘치고, 편갈라 사생결단하려는 흐름에 불안하기 그지없는 하루하루다. 이럴 때는 깨어 기다리는 신앙이 더욱 필요한 때다. 믿음에서 비롯한 작은 미소와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희망의 등불을 키게 하고,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며, 하느님 나라를 깨어 기다리게 한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다고 한다. 살기가 힘들수록 더욱 믿음을 가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의 등불을 켜 주자. 그 등불이 나를 비추고 이웃을 비출 때, 지금의 삶이 생기 넘치고 행복해질 뿐 아니라 주님께서 마치 도둑처럼 오시더라도 우리는 주님을 반갑게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때 주님께서 직접 우리의 시중을 들어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