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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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인 대축일 - 행복하여라.
성인들이란 누구인가? 교회의 공식 가르침에 따르면 합법적 절차를 거쳐 시성된 분들이지만, 첫 독서 묵시록에 따르면 하느님을 충실하게 섬기다가 죽은 후에 하느님 곁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계신 분들이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에 관해 말씀하신다. 이들은 하늘나라를 차지하고, 하느님을 보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니 바로 이들이 성인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런데 이들이 행복한 원인이 사회 통념과는 사뭇 다르다.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하고, 온유하고, 의로움에 주리고 목말랐으며, 자비롭고, 마음이 깨끗하고, 평화를 이루며, 당신 때문에 모욕과 박해를 받기에 행복하다"라고 주님은 말씀하신다.
가난하면 불편하고 괴롭지 어떻게 행복한가? 가난한 사람이 참으로 행복한 이유는 어디도 기댈 곳 없는 상태에서 좌절하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께만 의탁하며 살아감으로써 하늘나라, 즉 하느님의 다스리심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관건은 가난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다. 성경에서 사용한 "행복"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성공이나 기분 좋은 감정과는 다른 개념이다. "참 행복은 느낌이나 감정과 상관없이 하느님의 영과 생명을 나누는 상태를 의미한다."(로버트 엘스버그, 행복한 성인들)
"슬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한가? 슬픔을 넘어서기 위해 다른 무엇에 의지하지 않고 하느님께 눈을 돌려 주님의 위로를 받기에 행복하다. 주님의 위로보다 더 큰 위로는 없기 때문이다. 땅(온유함과 같은 어원)과 같이 온유한 사람은 영악한 이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손해만 볼 것 같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늘에서 땅으로, 즉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오셨기에 주님처럼 온유하게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주님을 만나는 행복을 누린다. 자비로운 이들은 자비로우신 주님을 닮은 이들이기에 주님처럼 행복하고, 마음이 깨끗하면 맑은 눈으로 하느님을 뵙기에 행복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는 참된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을 만나기에 행복하다.
이렇듯 자기 능력이나 재산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 하느님의 사랑에 자신을 내어 놓을 때 참된 행복을 누린다. 성인들은 그 행복을 누린 분들이다. 행복은 삶을 위축시키는 가난,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서 오는 무력감, 노년의 슬픔, 가족 간의 갈등, 이웃과의 불화 등등의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삶의 어려움 가운데 자기에게서 나와 눈길을 하느님께 돌리고, 세상의 위로가 아닌 하느님의 위로를 신뢰할 때 삶의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길이 열린다.
역사에서 성인들이란 무엇을 남겼을까? 어떤 분들은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업적으로 성인이 되지는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업적은 없지만 모든 성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에게서 나와 하느님을 만나는 점이다. 토마스 머튼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란 필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나머지는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바로 이때 필요한 한 가지는 물론 다른 모든 것이 주어진다." 성인들이란 바로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하느님임을 알고, 자신을 비롯하여 모든 나머지를 포기하고 거기서 나옴으로써 모든 것을 넘어서는 행복을 누린 분들이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제2독서)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