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주간 목 - 그분의 소리를 듣거든 마음을 완고하게 갖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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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주간 목 - 그분의 소리를 듣거든 마음을 완고하게 갖지 마라.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를 듣거든 마음을 완고하게 갖지 마라," (독서)
독서에 인용되고, 화답송에도 반복되는 시편 95장(성무일도 초대송)의 배경을 살펴본다(A. Vanhoye의 해석).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벗어나 므리바와 마싸 광야를 비롯한 사막에서 벌어진 사건이 그 배경이다.
여기서 "그분의 소리"는 주 하느님께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거저 주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마음을 완고하게 가진 것"은 약속의 땅을 정찰하고 나서,
그 땅이 너무도 아름답고 훌륭해서 자신들이 선물을 받기에는 부당하고, 선물이 과분하다고 거부한 사건이다.
거부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약속의 땅의 원주민이 너무 강하다고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민수 13장 참조).
"우리는 그리스도의 동료가 된 사람들입니다."(독서)
시편 95장을 풀이하는 히브리서 말씀은 "우리는 그리스도의 동료가 된 사람들입니다."라고 마무리된다.
시편의 "그분의 소리"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셔서 내 안에 사신다는 말씀으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동료로 받아들여졌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마음을 완고하게 가진 것"은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내가 되시기에는 자신이 부당하다며,
그리스도의 동료가 되기를 거부하는 행위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복음)
복음에서, 그리고 오늘 여기서 "그분의 소리"는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로써, 하느님의 현존인 주 예수님이시다.
그분이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대시며" 내게 오시고, 나와 함께 계시고, 내가 되고자 하신다..
"마음을 완고하게" 가지면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며, 이 선물이 과분하다고 겸손한 척 거절하게 된다.
하느님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동료로 받아주시는데, 우리는 종으로 머물겠다며 사랑을 거부하는 태도다.
신뢰가 결여될 때 사랑의 선물은 위협과 공포로 다가온다.
하느님 현존을 외면하는 신앙은 공포와 그릇된 계명에 자신을 묶어두는 행위로 변질된다.
사랑은 몽롱한 이상도, 가능성이 조금 보이는 희망도 아니다.
분명한 약속이자 이미 예수님의 오심으로 드러난 현실이다.
예수님은 예전에 나병환자에게 손을 내밀어 주셨지만 오늘 우리에게는 성체 성사 안에서,
사람들 가운데서, 만물을 통하여 나의 동료로 다가오신다는 말씀을 듣는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