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화 -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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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간 화 -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독서)
'비와 눈'처럼 '내 입에서 나가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는 나의 말'이란 무엇일까?
"말씀이 사람이 되셨으니"(요한 1, 14), 예수님이 '하느님의 말'이셨다.
예수님의 삶이 하느님께서 내린 비처럼 하느님의 사명을 완수하시는 삶 아니었던가?
말씀이신 주님께서 일러 주신 기도는 말뿐인 기도가 아니라 당신의 삶으로 완성하신 기도였다.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복음)
"말을 많이 해야" 단어의 본래 뜻은 "말을 크게(forte) 해야"로써
"힘센 말, 강한 말, 큰소리로 하는 말"의 뉘앙스를 지닌다고 한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는 권고는 하느님 앞에서 큰소리치며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큰소리치며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다정하고 갚은 사랑의 눈길이면 넉넉하다.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
주님의 기도는 주님께서 살아가신 삶이요, 그 요체는 "아버지"였다.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예수께서 완수하신 비결이 "아버지"라는 말에 담겨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기도가
그분의 삶이었기에, 하느님의 뜻은 주님의 기도로 들어가는 열쇠다(R. 과르디니).
"하느님의 뜻은 세상과 우리에 대한 그분의 거룩한 계획이다.
그분의 영원한 결정이고, 지혜의 열매이며, 굳은 결의의 힘이며, 마음의 사랑 어린 갈망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거룩하며, 신적 영광의 핵심이고 신적 완전성이다.
우리의 삶이 그 참된 목표와 실재에 도달하는지 아니면 그저 모조품이 되는 데에 그치는지 여부는
하느님의 뜻이 우리의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지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그 뜻은 우리에게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하느님의 뜻이 어떤 시간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 그 시간은 영원을 위하여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 뜻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 시간은 무의미하게 사라진다.
이 청원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뜻은 이러한 것이다." (로마노 과르디니의 주님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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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를 바침으로써 나는 예수님의 사랑에 참여한다.
예수님과 아버지 하느님의 깊디깊은 결속을 깨닫는다.
때로는 하느님이 나와 멀리 계신 것만 같을 때,
예수님의 이 말씀은 그분께서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내 곁에 계심을 일깨운다.
주님의 기도 속 말씀이 낯설게 느껴질 때면, 나는 같은 기도를 바쳤던 예수님의 모습을 마음에 그려 본다.
그러면 나는 예수님과 아버지 하느님의 관계 속으로 잠겨 든다." (안셀름 그륀, 주님의 기도)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