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금 - "에파타 ... 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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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간 금 - "에파타 ... 열려라!"
"예수님께서는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에파타"라는 아람어는 신체기관(귀나 혀)에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인격적 차원에서 사람에게 사용하는 단어로, '마음을 열다' 등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귀먹은 반벙어리 치유 사건은 신체기관의 치유를 넘어서서 인간성을 되찾아준 사건임을 암시한다.
치유의 핵심은 신체 기관보다 인간이 타인이나 세계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있었다.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
손가락을 귀에 넣으시는 예수님의 행동에 관해, 글자를 넘어 영적 의미를 찾아본다.
들을 것을 듣게 하려고 우리 안에 들어오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담긴 몸짓으로 보인다.
세상을 창조하신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세상에 들어오신 강생의 신비가 연상된다.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현대의 위생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지만,
고대로부터 인간을 포함하여 동물들에게 '침'은 모성(母性)의 상징이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아픈 곳에 침을 바르고, 더러운 것도 침으로 닦는다.
말할 것을 말하게 하기 위해서 먼저 어머니의 따뜻하고 든든한 품을 마련하신다.
"하늘을 우러러..."
귀먹고 말 못 하는 세상은 의사소통이 단절된 세상이다.
어디서 말이 말로 들려서 말이 통하는 세상이 올 것인가?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은 하늘을 우러러 하느님 아버지를 보신다.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열려라!”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한숨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한숨이 느껴진다.
하느님 말씀으로 지어진 인간이 서로 간에 말이 통하지 않게 된 상황을 아파하시는 한숨이다.
아버지의 한숨에 아들 예수님도 공감하는 한숨을 내쉬지 않으셨을까?
아버지와 하나가 되시고, 인간과 하나 되시는 사랑의 한숨이 인간의 얼어붙은 귀와 혀를 풀어주신다.
인간을 창조하신 말씀이, 사람이 되신 말씀이 "열려라!"하고 새로운 창조를 명하신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