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8주간 목 -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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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간 목 -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자비를 외치는 소경의 소원을 몰라서 무엇을 바라느냐고 예수님이 질문하셨을리는 없다.
눈 뜨기를 바라는 이에게 무엇을 바라느냐는 질문은 질문하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초대 아닐까?
눈 뜨기를 바라는 내가 누구인지, 내게 필요한 자비는 어디서 오는지, 왜 눈을 뜨려고 하는지?
내가 밝힐 수 없는 내 마음 깊은 곳의 눈먼 어둠을 보고
이 어둠을 당신의 자비로 밝혀주시길 청하도록 이끄시는 질문으로 들린다.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다시 본다 함은 현재는 안 보이지만 이전에 볼 수 있었던 상황을 전제로 한다.
무엇이 전에는 보이다가 지금은 안 보일까? 진정으로 다시 보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잃어버린 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자기 자신 아닐까?
시력을 잃어버렸듯 자신을 잃어버린 현실을 보고 그를 되찾음이 참으로 갈망해야 할 것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필사하여 전해지는 오래된 성서 사본 중에는 위 구절에 목적어인 "당신을" 이란 단어를 추가하여
"스승님, 제가 당신을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단순히 육안으로 세상을 보려는 바람에서, 심안으로 주님을 보려는 영적 갈망으로 나아가라는 뜻으로 읽힌다.
눈을 뜨로 다시 볼 것은 자신 안에 계신 "당신", 사람이 되신 하느님,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해석이다.
교부들은 진정으로 눈을 떠야 할 이유를 그렇게 해석하여 "당신을" 이란 단어를 추가하지 않았을까?
예수님을 통해서 자신을 보고, 자신 안에서 예수님을 보고...
그러기에 "그가 곧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섰다."라고 말씀은 마무리된다.
"오 영혼이여, 내 안에서 너를 찾으라.
그리고 영혼이여, 네 안에서 나를 찾으라."(성녀 대 데레사)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