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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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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용서해야 한다.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3-06-26 10:23   조회: 2,782회

본문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 용서해야 한다.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한다. 요즘은 관심이 줄어든 듯하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에 따라 다양한 통일 논의가 있는데, 축구 경기 중 선수는 축구 규칙을 따라야 하듯,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통일도 그리스도의 방법을 따라야 한다. 그리스도의 통일 방법은 무엇인가? 신앙인의 입장에서 통일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오늘 들은 성경 말씀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한 통일의 길을 호소하신다.

제1독서에서 모세는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와서,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대로 너희와 너희의 아들들이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그분의 말씀을 들으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의 운명을 되돌려 주실 것이다."라고 전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가장 먼저 우리가 할 일은 하느님께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나눠진 것이 하나로 일치하기 위해서는 둘을 하나로 묶을 근본 바탕이 있어야 한다. 만일 그 바탕이 변변치 못하거나 약할 때는 언제든지 다시 쪼개지게 된다. 작은 동네 일이든 큰 나라 정치판이든 이득에 따라 일치되었다가도 더 큰 이득이 주어지면 갈라지는 것이 인간 현실이다. 민족이 하나로 합쳐지는 통일을 위해서는 수시로 변하는 경제적, 정치적, 이득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근본 바탕이 필요하다. 그것이 오늘 말씀에서 들은 "하느님께 돌아오는 것", 곧 회심이다. 그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나라의 통일을 위해 "화해, 일치, 평화라는 하느님의 은혜들은 회심의 은총과 분리될 수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회심이란,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우리의 삶과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합니다."라고 가르치셨다.

통일의 바탕으로는 막연하게 들리는 "하느님께 돌아오는" 회심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신다. 형제가 잘못하면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 즉 언제나 용서하라는 말씀이 그것이다. 용서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조건을 달기 때문이다. 먼저 사과하면 나도 용서하겠다는 식으로 조건을 다는 마음에는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 혹은 나는 피해를 입었고 상대방은 내게 상처를 준 나의 적이라는 생각이 있다. 상대방이 나의 적인 한 용서와 화해는 불가능하다. 용서하기 힘든 상대방은 나에게 항복해야 하는 나의 적이 아니라, 그 역시 자기가 옳다고 믿으며 한 편으로는 화해를 기다리는 한 인간이자 나의 형제로 보여야 용서가 가능하고 회심이 이루어진다.

로마노 과르디니는 용서에 관해 이렇게 가르친다: 용서하기 위해 인간은 '적과 상대한다'는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적대감은 짐승 안에도 있다. 내게 손해를 끼치거나 가치 있는 것을 내게서 빼앗는 타인을 나의 적으로 간주하면 불신, 두려움, 깊은 혐오감이 생긴다. 그리고 상대에게 위험을 느끼기에 항상 나를 방어하며 상대를 공격할 태세를 갖춘다. 이 상태에서 참된 용서는 불가능하다. 용서는 본능적 증오에서 나오는 방어태세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본래적인 것, 즉 하느님 자녀로서의 존엄성은 어떠한 적에 의해서도 손상될 수 없음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보호받지 않은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참으로 용서하는 자는 증오하는 자 보다 강하다. "타인은 적이다"라는 본성은 원죄의 뿌리에서 유래한 것이다. 용서를 통해 "타인은 적이다"라는 본성적인 말은 "타인이 바로 나다!"라는 말로 바뀐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계시듯이 타인 안에도 그리스도께서 계신다. 이를 깨달을 때 모든 것이 변하여 이기적 '본성'은 사랑의 질서가 된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평화다.

용서를 바탕으로 한 화해가 통일로 가는 회심의 여정이다. 이를 위해 상대방을 적이 아닌 형제로,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과 북이 한 민족으로 화해하는 길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가르치신다: "예수님은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형제를 아무런 남김없이 용서하라는 명령을 통해, 예수님은 전적으로 근원적인 용서를 실천하도록 요구하시고, 또 그 실행에 필요한 은총도 주십니다. 인간의 시각으로 볼 때에는 불가능하고 실용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거부감을 주더라도, 그분께서는 당신 십자가의 무한한 능력을 통해 용서를 가능하게 하시고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모든 분열의 간격을 메우고,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형제적 사랑을 이루는 본래적 유대를 재건하는, 하느님의 능력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 돌아서서 용서하고 화해하는 구체적 실천을 둘째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간곡히 이르신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에페 4,32 – 5,2)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두고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호소하신 말씀을 다시 마음에 새기자: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그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십시오! 여러분의 집에서, 여러분의 공동체들 안에서, 그리고 국민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화해 메시지를 힘차게 증언하기를 여러분에게 부탁합니다.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또한 다른 종교의 신자들과 함께, 그리고 한국 사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선의의 모든 형제자매와 함께 이루는 우정과 협력의 정신 안에서, 여러분은 이 땅에 하느님 나라의 누룩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리하여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기도가 이제 더욱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올려져,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로 마침내 우리 모두가 열망하는 고귀한 선을 얻게 될 것입니다."

 

[출처]말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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