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1주간 금 -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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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1주간 금 -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혼인 잔치란 유대인들에게 가장 큰 잔치로써, 성경에서 자주 하늘 나라로 비유된다.
둘이 하나가 되는 합일은 인간이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하늘 나라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혼인 잔치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뻐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이 있다.
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란 신부가 아니라, 혼인잔치의 기쁨을 표현하는 화동(들러리)들을 말한다.
화동으로 뽑혀 화려한 옷을 입고 잔치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혼인의 꽃이었다.
그러나 저녁에 거행되는 잔치를 기다리는 화동들은 곧잘 신랑을 기다리다 잠이 들곤 하였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화동으로 뽑힌 열 처녀들은 자랑스러워하며 갖은 치장을 하고 잔치를 기다렸으리라.
그런데 그 가운데 다섯 처녀는 어찌 기름을 준비하지 않아서 잔치에 들어가지 못하고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라는 신랑의 말을 듣게 되었을까?
추측건대 어리석은 처녀들은 분명히 신랑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동으로 뽑힌 자신이 자랑스러워 뽐내고 사람들의 눈길을 받을 생각만 하느라 신랑을 잊어버렸다.
신랑이 오는 시간, 그 시간에 예상되는 상황, 그에 따른 준비 등은 무엇보다 먼저 신랑을 생각해야 가능하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이와 달리 슬기로운 다섯 처녀들은 자신보다 먼저 신랑부터 생각한 이들이었으리라.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라 신랑임을 분명히 알고, 밤늦게 오는 신랑을 맞으려고 기름을 준비했다.
먼저 자신에 대한 생각에 빠져 신랑을 잊어버린 것이 미련함이고,
신랑을 먼저 생각하여 신랑에게 자신을 맞춘 것이 슬기로움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자기 상상에 빠지면 준비한 기름이 다 소모되고, 자기 생각에 갇히면 잔칫집 문은 닫힌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