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1주간 월 -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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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1주간 월 -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 들어가셨을 때에 한 백인대장이 다가와 도움을 청하였다."
백인대장은 이스라엘을 식민 통치하던 점령군 로마의 지역 책임자였다.
자기 민족만 구원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던 유다인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인 이방인이자,
자신들을 무력으로 통치하며 수탈하던 점령군 책임자가 유다인 예수님께 도움을 청했다.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
원수 같던 이방인 점령군의 청탁을 기꺼이 들어주시는 예수님 모습이 의아하다.
그런데, 혐오의 대상인 백인대장의 집을 찾아가시려는 예수님에게서
구원받기에는 턱없이 부당한 인간을 찾아오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본다.
하느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백인대장보다도 더 부당한 존재 아닌가?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기 이익만 탐하기에 하느님의 구원을 받기에는 부당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대하는 백인대장의 태도는 사람이 제 모습을 되찾는 길이 어디 있는지 보여준다.
종을 위해 예수님을 찾아온 사실을 보면 백인대장은 그 종을 진심으로 사랑하였나 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이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진 이기에, 백인대장은 예수님도 신뢰했다.
그 신뢰는 지적 동의를 넘어선 온전한 헌신의 믿음(credo: cor + dare 심장을 바치는 행위)이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종을 사랑해서 예수님을 찾아온 백인대장처럼,
사람을 사랑하시어 세상에 오신 주님은 인간을 위해 당신 심장을 바치신다.
그렇게 하여 백인대장처럼 사랑과 신뢰를, 온전한 헌신의 믿음을 고백하는 이들과 하나가 되신다.
우리와 하나가 되시어 우리 안에서 일하시며 우리를 낫게 하시는 분이 우리가 기다리는 주님이시다.
그분을 신뢰하며 받아들여 그분과 하나 됨이 사람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길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이 사건 이후 생명의 빵으로 오신 주님을 신뢰하며 받아 모시는 이들은
인간이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어린 양의 잔칫상"에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신 그리스도의 몸 앞에 이렇게 신앙을 고백한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출처]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