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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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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대축일 -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5-10-10 16:12   조회: 151회

본문

한가위 대축일 -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민속 명절인 한가위를 교회는 대축일로 지낸다. 객지에서 고생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세상살이에 뵙지 못했던 부모 형제를 찾는 마음이나, 이미 저세상으로 떠났지만 우리 기억 속에 살아있는 조상들을 추모하는 일이나, 모두 다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기 때문이다.


​추석은 예로부터 가족이 함께 모여 지나온 시간에 우리가 받은 은혜를 감사드리는 날이었다. 또한 세상살이에 지친 식구들이 가정 안에서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감사와 친교를 나누며 우리는 사람이 혼자가 아님을 확인한다. 누군가 나와 하나가 되어 함께 있음을 알 때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얻는다.


​명절 아침 들은 복음 말씀은 이러한 감사와 친교의 삶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돌아보게 한다. 약은 척 재물을 창고에 쌓은 부자는 이렇게 독백을 한다.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바로 그날 밤 하느님께서는 그를 데려가신다. 예수님은 이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끝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도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라고 말씀하신다. 부자가 돈이 많다는 사실에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재물의 주인, 자기 삶의 주인이 하느님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알았던 것이 문제였다. 재물의 주인이 자신이라고 여겼기에 창고를 짓는다.


​추석은 내가 누군지, 나의 주인이 누구이신지, 세상의 주인이 누군지 깨닫고 하느님 앞에서 감사드리는 날이다. 감사드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김현승 시인은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감사하는 마음 ― 그것을 곧 아는 마음이다! / 내가 누구인가를 // 그리고 / 主人이 누구인가를 깊이 아는 마음이다." 


​그렇다. 살아 계시든 세상을 떠나셨든 부모와 조상을 추모하며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나의 삶과 조상과 세상의 참 주인이 누구인가를 깨달으면 우리 삶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하느님 앞에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고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은 주인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의 삶은 하느님의 마음에 잇대어 있기에 매사에 감사를 드리는 사람이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농촌에 전해오던 민담을 정리하여 <악마와 빵 한 조각>이라는 단편을 남겼다.


​한 가난한 농부가 새벽부터 밭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쟁기질이 끝나고 시장기가 돌 무렵이면 나무 밑에 놓아둔 빵 한 조각을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맹물로 허기를 달래며 "오늘 하루 굶는다고 죽지는 않겠지. 누구든 그 빵이 필요했으니 가져갔겠지. 그 사람이라도 잘 먹으면 좋겠군."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그런데 그 빵을 훔친 것은 악마였다. 농부를 죄짓게 하려고 악마가 빵을 훔쳤는데, 농부는 빵 도둑에게 악담을 퍼붓기는커녕 오히려 축복했다. 그 악마는 대장 악마에게 악마 다운 지혜가 부족했다고 야단을 맞았다. 악마는 농부의 빵을 훔치는 대신 농부의 빵을 늘려주기로 다른 술책을 꾸몄다. 하인으로 변장한 악마의 도움으로 농부는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들어도 많은 수확을 했다.


곡식이 남아돌자 악마는 그것으로 술을 만들라고 부추겼다. 마침내 허기를 달래주던 일용할 양식이 쾌락을 위한 도구로 바뀌었다. 술이 생기자 농부는 친구들을 불러들여 먹고 마시며 놀았다. 술자리를 마칠 즈음이면 너 나 할 것 없이 인간의 모습은 간데없고 동물들로 변했다. 악마는 농부를 타락시킨 비책을 묻는 대장 악마에게 자기가 한 일은 농부에게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수확을 준 것 밖엔 없다고 대답했다. 남아도는 것이 생기자 농부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자신의 쾌락을 위해 쓰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인간의 마음에 묶여 있던 여우와 늑대와 돼지의 피가 다 뛰쳐나오더라는 것이었다.


​빵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알기에 끼니를 도둑맞고도 배고픈 하느님 자녀의 배를 채워주었다고 여기며 감사를 드리던 가난한 농부가, 많은 수확물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쾌락의 도구로 삼자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로 전락한다. 주인을 잃어버리는 이들은 주인의 자리에 자신이 앉게 된다. 그러면 자신을 만드신 주인이 심어주신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존엄성을 상실하고, 짐승이 되고 만다. 소설의 결말대로 "여우와 늑대와 돼지의 피가 다 뛰쳐나오는" 비극이 벌어진다.


​왜 그렇게 바뀔까? 복음의 어리석은 부자의 모습에 그 이유가 담겨있다. 재물이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여 혼잣말을 하며 자신을 위해서만 재화를 모으려고 창고를 짓는 부자는 세상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잊는다. 주인을 잊으면 감사를 잊고 이웃과의 나눔을 잊어버리게 되며, 결국 자신의 주인인 하느님을 잃어버리고 자기 자신도 잃어버린다.


​이 좋은 날 아침,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참으로 행복하고 존엄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이신지 물어보자. 많던 적던 지난 한 해 동안의 수확과 애환이 담긴 우리의 삶이 하느님으로부터 왔기에 하느님이 주인이심을 다시 알고 감사드리자. 또한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누구인지 서로서로 일깨워 주며 감사와 격려를 나누고 서로를 따뜻이 지켜주자. 그때 첫 독서에서 들은 요엘 예언자의 말씀이 우리에게 이루어질 것이다.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제1독서)


[출처] 말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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