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 그의 이름은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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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 그의 이름은 요한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교회력에서 탄생을 경축하는 성인은 성모 마리아(9월 8일)와 요한 세례자뿐이다.
그 위대함은 작아짐에 있었다.
축일 날짜의 선정에서부터 그 정신이 드러난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 후에 예수님의 성탄을 지내고,
그와 반대로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하지 다음에 요한 축일을 지낸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 30)라고 고백했던 요한 세례자의 말처럼,
예수님은 인간을 비추는 태양 같은 분이시기에 빛이 커지는 시점(동지)에 태어나고,
예수님을 드러내는 요한은 작아져야 하니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시점(하지)에 태어난다는 설정이다.
주님 앞에 작아지는 요한의 태도가 가장 위대한 사람이 되는 길이었다.
이를 두고 바오로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제2 독서)
"그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카르야라고 부르려 하였다."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복음)
복음서가 쓰인 당시 풍습은 자식을 가족 생명력의 연장으로 간주하여
새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아버지나 친척 중 존경받던 사람의 이름으로 불렀다.
그런데 요한 세례자의 부모는 아비나 친척의 이름이 아니라 천사가 일러준 이름을 짓는다.
자식을 부모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께 속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 순간 벙어리가 되었던 즈카르야의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하느님을 찬양한다.
"주님께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내 이름을 지어 주셨다." (제1독서)
내 자식은 나의 이름을 물러 받을 내 분신이 아니라 주님이 부르시고 이름을 지어주신 존재다.
자식뿐 아니라 나 자신도 어미 뱃속에서부터 하느님께서 부르시고 이름을 지어주신 존재다.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조정하여 스스로 빛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세상에 잠시 이름 석 자가 남을지 모르지만 자신은 자기 감옥 안에서 집착과 질곡에서 허덕인다.
진정 내가 누굴까?
하느님이 모태에서 부르시고 이름을 지어주신 존재, 하느님의 아들딸로 새로 나게 하신 존재 아닌가?
이를 깨닫고,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하느님을 찬미" 하라는 초대로 말씀이 다가온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