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일 나해 -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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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일 나해 -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부활 사건을 믿기가 쉽지는 않다. 한 예비신자가 교리를 꾸준히 잘 듣더니 갑자기 교리반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유인즉 성당에서 사람을 바보 취급 한다는 것이다, “예수가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는 것까지는 봐주겠는데,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났다는 것을 믿으라니 말이 되나! 사람을 바보 취급 해도 유분수지!"라며 이제 교리반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오늘 복음에 따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자, 제자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라고 한다. 제자들 역시 처음에는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받아들이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니 부활을 믿지 못하겠다는 예비신자를 그리 탓할 일은 아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마리아에게 나타나셨지만, 마리아는 알아보지 못하였다(요한 20, 14). 티베리아 호숫가에서도 (요한 21, 4),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루카 24, 16)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심지어 오늘날 그리스도교인조차 부활을 영혼 불멸이나 사후 생존과 같은 이교적 사상으로 변형하여 설명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부활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
성경이 전하는 예수님은 돌아가시기 전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동일한 모습을 연속성이라고, 다른 모습을 비연속성이라고 부른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듯, 유령이 아니라 살과 뼈를 지닌 분으로 제자들과 식사도 하시는 등 살아생전과 같은 연속성을 지니지만, 다시 죽고 땅에 묻힐 부활 이전의 몸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연속적이기도 하다. 부활 신앙은 연속적이고 비연속적인 차원을 동시에 지니신 예수님이 인간의 최종적 한계인 죽음을 극복하여 분명 살아계시고, 지금 여기에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되었다는 신앙이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직접 부활 신앙을 북돋아 주신다. 살아생전에 일러주신 율법과 예언서의 기록을 상기시키시며,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에 관한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 주님은 율법과 예언서로 대표되는 구약의 연속임을 풀이해 주신다. 동시에 당신에 관한 성경 말씀의 완성인 부활의 희망을 안고 새로운 세계, 영원한 삶을 살도록 제자들의 마음을 열어 주신다. 새로운 약속인 신약, 즉 비연속성을 통해 연속성을 완성하신다.
이어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부활을 믿는 이들은 부활의 증인이 되라는 말씀이다. 어떻게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될 것인가? 예수님이 살아계심을 체험하고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이 새로운 세상은 성경 말씀을 깨닫고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는 세상이다. 부활의 증인은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힘들어도 절망하지 않고 하느님께 희망을 둔다. 살아생전에 예수님께서 이르신 말씀의 뜻을 깨닫고 그 말씀에 따라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원수를 위해서도 기도하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피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주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증인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순덩어리이다. 왜 착한 이들이 고통을 받으며 악한 이들이 떵떵거리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사는 게 무엇인지 알기도 힘들고, 모든 것이 다 무너지는 듯 보이는 죽음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선행을 하고 희생하고 봉사하며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 과연 보람이 있을까? 예수님의 부활은 세상의 모순에 대한 하느님의 답변이다. 예수님 친히 죽음 속으로 들어가시어 그 세력을 꺾으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에, 죽음은 이제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세계를 여는 문이 되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부활로써 세상을 죽음에서 건지셨고 죄에서 구해 주셨다. 이렇듯 예수님의 부활은 신앙의 중심이다.
우리가 증언할 예수님의 부활은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사실이 아니라 믿음으로 체험하는 신앙의 진리다. 그러기에 부활 신앙이 요구된다. 부활 신앙이 없으면 우리의 믿음은 안경알 없는 안경처럼 본질이 결여된 믿음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증언하는 부활 신앙은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의 어둠과 악을 물리쳤다는 확신이다. 사랑이 죽음을 물리쳤음을 믿고 행하는 것, 빛이 어두움을 이긴다는 믿음으로 인생과 역사의 의미를 새롭게 보고 거듭난 존재로 사는 것이 부활 신앙이다. 불신과 불안이 가득한 현실에, 절망적이고 염세적인 우리 주변에, 불평불만 원성이 넘치는 세상에서, 주님의 부활은 보이는 세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열어 준다. 부활은 삶의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다가 아님을 깨닫고, 지금 나의 삶이 보이지 않지만,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믿는 것이다. 그 어떠한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는 삶이다. 주님께서 죽으심으로 부활하셨듯, 우리가 자기중심에서 죽고 하느님 중심으로 새로 나는 신앙이 부활 신앙이다. 이러한 변화가 나날이 체험해야 할 우리의 건너뜀 - 파스카이다. 이 변화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부활을 미리 체험한다. 그것이 바로 부활 신앙이다.
이렇게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어둡고 불의한 세상에서, 악의 세력의 공격으로 오해받고 박해를 당하기도 하며 예수님처럼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죽임을 당할 수도 있지만, 예수님처럼 부활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삶, 즉 부활 신앙을 선포하고, 부활의 증인이 되라고 주님께서 우리를 초대하신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1요한 2, 5: 제2독서)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