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일 나해 - 내가 생명의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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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일 나해 - 내가 생명의 빵이다
지난 주일에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통해 우리가 주어진 삶에 감사할 때, 삶이 기적처럼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묵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감사와 나눔보다는 원망과 불평에 빠지기 쉽지요.
오늘 첫 독서에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후, 사막에서 목마름과 배고픔에 시달리며 불평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이 광야로 끌고 왔소?”라며 노예 생활을 그리워합니다. 자유보다 빵을 더 원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지만, 세상의 유혹과 흔들리는 믿음, 교회에 대한 실망 등 많은 장애물을 만납니다. 위기가 닥치면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기보다는 신앙을 갖기 전의 삶을 그리워하며 불평할 때가 있습니다. 구약의 백성이나 오늘날 신앙인이나 별반 다름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이 배은망덕한 인간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하느님은 그렇게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벌 대신 만나를 내려, 먹여 살리십니다. 이 신비스러운 만나의 의미를 예수님이 복음에서 알려주십니다. 지난 주일 들었듯 사람들은 빵을 먹고 배가 부르자 예수님을 따릅니다. 육신의 배부름을 만족하려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십니다. 빵의 기적은 하느님의 일을 해서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하느님이 보내신 분으로 믿으라는 표지입니다. 영원한 생명을 원한다면, 선행과 자선, 봉사 등 어떤 일을 하기 앞서 하느님이 보내신 분을 믿으라는 말씀입니다.
어떻게 이 믿음을 키울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빵을 먹기 전에 그 빵이 어디서 왔는지, 누가 주셨는지를 깨닫는 것이 믿음의 출발점이라는 말씀이지요.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감사임을 지난 주일에 묵상했지요. 빵이든 시간이든 재물이든 건강이든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어디서 왔는지 주인이 누구인지 깨달을 때, 하느님께 감사하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하느님의 빵을 먹고 그분의 생명을 누립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라고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불자들은 식사 전에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고 공양게송을 바칩니다. 이 밥이 어디서 왔는가? 한 톨의 쌀알이 내 앞에 오기 위해서 온 우주가 힘을 쏟았습니다. 태양은 햇살을 비춰야 하고, 비도 제때 내려야 하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야 하고, 흙은 벼를 지탱해야 하고, 농부는 땀 흘려 벼를 가꾸는 등 모든 것이 한 톨의 쌀알에 담겨 있습니다. 이를 깨달으면 음식을 헛되이 먹을 수 없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게 됩니다. 사찰의 공양간에는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쌀 한 톨에는 농부의 땀이 일곱 근 들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그 쌀을 한 톨이라도 낭비하면 지옥에 가서 일곱 근의 살점을 베어내는 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우주의 이치를 담은 가르침입니다.
우리의 밥상, 나의 삶이 어디서 왔을까요? 주님께서 분명히 이르십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왔음을 고백하는 사람이 진정한 신앙인입니다. 주어진 것이 부족하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모든 것 안에 하느님의 섭리가 있음을 믿고 주님께 감사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우리의 삶이 어디서 왔는지 알 때, 앞으로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 열립니다. 둘째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지난날의 생활 방식을 벗어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간이 되라는 말씀이지요. 먹고살기 급급하여 탐욕과 죄악을 일삼던 이전의 삶을 버리고, 하느님 모습에 따라 새 인간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은 생명의 주인을 알아보는 사람입니다. 새 인간은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과 이웃과 자신을 봅니다. 자신과 이웃과 세상에 담긴 하느님의 모습을 보며, 감사와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이것이 새 인간이고, 이 소식이 새 삶의 기쁜 소식입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은 사막을 헤매는 이들에게 만나를 주셨고, 신약에서 예수님은 굶주리는 이들에게 빵을 주셨습니다. 지금은 미사 성제를 통해 우리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눠주십니다. 오늘도 삶의 사막에서 사랑에 배고프고 자비에 목마른 우리에게 주님이 이르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 굳게 믿고,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왔음을 고백하는 이들에게 주님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