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일 다해 - 기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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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3주일 다해 - 기뻐하십시오
그리스도교는 사람들을 심각하고 침울하게 만드는 종교가 아니라, 주님을 체험하는 기쁨의 종교다. 마더 테레사는 신앙인의 기쁨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쁨은 기도이고 굳셈이고 사랑이며, 사랑에 대한 갈증입니다. 기쁨으로 당신들은 생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기쁨을 망각하게 할 수 있는 그 어떤 슬픔도 여러분 안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십시오.”
대림 셋째 주일인 오늘 전례의 모든 말씀은 기쁨을 선포한다. 첫 독서는 전쟁에 시달리던 예루살렘 사람들에게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주 너의 하느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다."라는 말씀이 선포된다. 환란 중에 기뻐할 이유는 하느님이 우리 한가운데 계시기 때문이라는 말씀이다. 더 나아가 하느님은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라는 놀라운 말씀을 전한다. 하느님이 우리 가운데 계신 나의 기쁨과, 나를 두고 기뻐하시는 하느님의 기쁨이 하나가 된다. 하느님과 내가 기쁨으로 하나가 되는 신비가 성탄의 신비임을 암시한다.
둘째 독서는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라고 전한다. 우리의 삶에서 근심과 걱정이 없어졌기에 기뻐하는 것이 아니다. 근심 걱정 한가운데로 주님이 오시니 기뻐하라는 말씀이다. 지금도 세상에는 개인적인 질병과 가난, 사회적인 혼란과 차별, 국가적인 폭력과 살상이 여전하다. 인류의 구원자이신 주님이 오셨다는데 왜 아직도 이럴까? 예수님은 고통과 눈물과 한숨이 없어지는 만병통치약을 주러 오시지 않았다. 주님은 이 환란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하여 오셨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 신비가 참 기쁨의 이유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복음에서 요한 세례자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옷이든 음식이든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과 나누고, 세리들은 정한 대로만 받고, 힘 있는 이들(군인)은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지난 주일 회개 - 메타노이아는 길을 바꾸는 변화임을 묵상했다. 이 변화는 일상에서 실천할 변화다. 내가 헐벗고 배고프지만 나보다 더 헐벗고 배고픈 이웃과 옷과 음식을 나누고, 부정부패의 유혹 앞에 옳음을 선택하고, 권력으로 남의 권리를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않는 것이 회개다. 이렇게 삶의 방향을 바꾸면 주님을 맞이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구원받을 기쁜 소식이라는 말씀이다.
이처럼 성경 말씀은 세상의 기쁨과는 다른 진정한 기쁨의 길을 일러주신다. 그 기쁨은 고통을 피해서 얻는 기쁨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내어줄 때 생기는 기쁨이다. 쉽게 얻는 기쁨은 쉽게 없어진다. 반면에 삶의 아픔을 통해 자신을 내어 줌에서 비롯되는 기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기쁨은 외아들을 내어주신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 자신의 몸을 내어주신 아들 예수님의 사랑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어주심으로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된 것이 진정으로 기뻐할 이유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주제로 다룬 2007년 영화 '버킷 리스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천국의 문 앞에서 하느님께서는 두 가지 질문을 하실 것이다. 첫째, "당신은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둘째, "당신의 삶이 남에게도 기쁨을 주었는가?" 자신이 기쁨을 찾지 못하면 남에게 줄 수도 없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기쁘게 살고 싶어 한다. 언제 어떻게 기쁨을 누릴까? 인간이 기쁨을 누리는 과정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음의 네 가지 경우에 기쁨이 찾아온다고 한다.
첫째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알 때 기쁨이 찾아온다고 한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며, 나와 늘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사실을 느낄 때 사람은 평안과 기쁨을 누린다. 오늘 들은 성경 말씀에 비춰보면 하느님께서는 나를 두고 기뻐하시는 분이고, 그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기 위해 내게 오신다. 이를 체험하면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 기쁨이 찾아온다고 한다. 힘들은 일을 보며 걱정하고 고민하고 애태우고 있다면 기쁨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비록 내가 처한 상황이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기에 긍정적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런 하느님께 감사드릴 때 걱정과 고민이 아니라 평화와 기쁨을 누리게 된다.
셋째로, 가치 있는 것을 소유할 때 기쁨이 찾아온다고 한다. 배우자, 자녀, 집, 책, 취미활동 등 우리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좋은 관계와 환경을 얻을 때 기쁨이 온다는 말이다. 무엇을 얻으면 가장 기쁠까? "하느님을 얻는 자는 모든 것을 얻었으니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는다"라고 대 데레사 성녀는 노래했다. 건강이든 재산이든 명성이든 다 지나가는 것, 이 모두를 잃어도 하느님을 얻었다면 모든 것을 얻은 것이니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고 기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기쁨은 가치 있는 보물을 기꺼이 내어줄 때 찾아온다고 한다. 기쁨은 샘과 같아서 그것을 퍼 나눌수록 자신에게 더 기쁨을 가져다준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 35)고 주님이 이르셨다. 오늘 복음에서 들은 대로 회개하는 이들에게 준 요한 세례자의 당부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외아들을 내주신 하느님의 기쁨, 살과 피를 내주신 예수님의 기쁨, 온 생애를 말씀에 내드린 성모님의 기쁨이 이 기쁨이다.
오늘은 자선 주일로, 자선 즉 내어주므로 기쁨을 누리라는 초대의 날이다. 옷이든, 음식이든, 따뜻한 말 한마디든, 정성스러운 봉사든 서로 나눌 때 참으로 기쁘고, 그때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오신다. 이를 체험한 사도 바오로는 둘째 독서에서 이렇게 당부한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습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