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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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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 -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4-11-24 15:14   조회: 1,127회

본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 -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오늘은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로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우리의 왕이심을 고백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성경에서 이상적인 왕은 나라의 주인이며, 백성과 땅, 산천, 동식물의 주인이라는 개념으로, ‘주님이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였다. 그러나 대부분 이스라엘 왕들은 무능하거나 폭군이었다. 우리나라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2년 제작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에서 가짜 왕 하선에게 도승지 허균이 말한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진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 내가 이뤄 드리리다." 이는 폭군이나 무능한 왕은 많아도 백성을 위한 왕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예수님이 어떤 의미의 왕인지, 어떻게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으로서 온 누리의 임금이 되시는지, 오늘 복음에서 드러난다. 먼저 예수님이 왕이 되시는 시점이 그리스도 왕이 어떤 왕인지 보여준다. 복음서에 의하면, 빵의 기적을 베푸셨을 때 사람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은 산으로 피하셨다(요한 6,15). 그런데 복음에서 들었듯, 예수님은 죽음을 앞두고 빌라도의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당신이 왕이심을 밝히신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왕으로 추대할 때는 거부하셨던 예수님이, 죄수로 고발당해 초라하게 수난을 받으실 때 왕이심을 인정하신다. 역설적인 이 상황에 그리스도 왕권의 특징이 담겨 있다.

 

그리스도 왕권은 재판정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당신이 임금이오?" 하는 빌라도의 질문에 예수님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하신다. 이는 당신이 세상의 방식대로 권력을 추구하는 왕이 아님을 뜻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어떤 왕일까? 예수님은 당신이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고 말씀하신다. 진리가 무엇인가? 신앙인은 "하느님이 최고이며 첫 번째 진리이시다(ipsa summa et prima veritas)"(토마스 아퀴나스)라고 믿는다. 세상에는 진리와 거짓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뒤섞여 있다. 그 가운데 하느님께 다가갈수록 인간은 진리에 가까워지고 자기 자신이 된다. "인간이 진리 없이 산다면, 삶은 인간을 비껴 지나가고 사람은 인생의 주도권을 상실한다. 온전한 의미의 구원은 오직 진리를 알 때 가능하다. 그 진리는 하느님을 알아야 가능하고,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알아볼 수 있다."(베네딕토 16)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삶은 진리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드러내는 삶이었다.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여 아들을 내어 주셨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살과 피를 내어 주셨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러한 사랑이 예수님이 증언하신 진리였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왕권은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사랑의 왕권이었다.

 

예수께서 왕이 되신 배경은 진리인 사랑이 왕국의 본질임을 증명한다. 이스라엘은 수 세기 동안 식민지로 수탈과 핍박을 받던 상황이었다. 해방과 구원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했던 그때, 계층 간의 불화와 종족 간의 차별로 혼란한 사회에서, 억울한 죽음의 재판정에서, 한마디로 가장 암담한 상황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왕이라고 밝히신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대로, 그 왕국은 지상의 통치권이 아니라 하느님의 다스리심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그리스도의 왕국은 세상의 나라처럼 지배하고 군림하여 세력을 확장하는 나라가 아니라, 수난과 죽음으로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끌어올리는 나라다. 부자나 권력가 등 승자가 독식하는 나라가 아니라, 버림받고 암담한 상황의 실패자들에게 하느님의 다스림이 찬란히 빛나는 나라다.

 

그러므로 이 왕국은 복음의 빛을 따르는 사람들, 즉 어둠 속에서 당신이 시작이요 마침이심을 고백하는 사람들 모두를 당신께로 이끄시는 왕국이다. 예수님이 몸소 겪으셨듯,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 죄악과 혼란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왕국이다.

 

세상의 모든 제국, 이집트, 그리스, 로마, 몽고, 중국 등은 흥망성쇠를 겪고 사라졌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왕국은 다르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1독서). 우리를 해방시키신 그리스도께서 왕국의 "알파요 오메가", 곧 시작이요 마침으로서,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2독서) 왕이시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왕국의 열쇠가 우리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좌절과 절망, 회의와 방황, 삶의 어둠 한가운데서, 최종적으로는 죽음의 순간에, 그리스도의 왕권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 주신 그리스도와 가장 가깝게 결합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절망의 상태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 바로 그때, 그곳에서 당신이 왕이심을 고백하면 예수님은 우리의 손을 잡아 당신 왕국으로 이끄신다. 함께 십자가에 매달려 뉘우친 강도에게 왕국을 약속하셨듯,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 눈길을 당신께 돌리기만 하면, 그 순간 나의 모든 것을 받아 주신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왕국의 열쇠이다.

 

오늘 축일은 높아지려는 왕들, 지배하려는 왕들, 그러나 언젠가 없어질 왕들이 득실대는 세상에서 진정한 왕을 만날 초대의 날이다. 주님이야말로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어 놓으신 영원한 왕이시다. 함께 고백하자.

 

"이렇게 어둡기에, 이토록 무능하고 약하고 보잘것없는 저에게 당신께서는 진정한 왕이십니다.

이렇게 낮아지시고 다가오시고 살펴 주시고 끝내 목숨까지 내어 주시며 사랑하시기에,

당신은 속 좁고 불안하며 그러면서도 갈증에 허덕이는 나의 왕이십니다.

시작이요 마침이신, 창조 이전부터 이미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세상 끝 날까지 나와 함께 하심을 약속하신 당신만이 나의 왕이십니다.

어떤 절망 속에서도 왕이신 당신에게로 제 눈길을 돌립니다.

그리하여 당신 왕국의 시민이 되렵니다.

왕국의 시민으로써, 왕이신 당신의 모습을 닮으렵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내려가렵니다.

높은 곳, 편하고 괜찮은 자리, 인정받는 자리가 아닌 무시당한 곳, 외면당하는 이웃에게 다가가 나를 내어주렵니다.

그곳에 당신께서 현존하심을 믿고 고백합니다.

주님은 시작이요 마침이시며, 끝이 없으신 왕국의 왕이십니다.

당신 만이 저의 왕이십니다." (C.M. Martini)


[출처] 말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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