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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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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2주일 다해 -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4-12-08 09:25   조회: 1,074회

본문

대림 제2주일 다해 -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우리를 속량하기 위하여 다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라는 말씀을 들으며 지난 주일 대림절을 시작하였다. 오늘 말씀은 주님을 어떻게 기다릴지 일러 주신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라는 복음 말씀이 이를 요약한다. 루카 복음은 특이하게도 이 말씀을 선포하던 당시의 황제, 총독, 팔레스티나 각 지방의 영주, 대사제 이름 등을 거명한다. 하느님이 사람으로 오시는 사건이 상상이나 상징이 아니라 실제 역사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며, 동시에 지금 우리들 역시 역사와 현실의 현장 안에서, 일상의 삶 가운데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게 촉구한다.

 

그렇게 주님을 기다리는 이유는, 현실이 아무리 춥고 암담해도, 주님이 오시면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는 이사야의 예언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사람들의 희망 사항이 아니라 하느님의 약속이다. 이 약속은 "하느님의 말씀이 요한에게 내렸다"는 말씀으로 실현되기 시작된다. 요한은 약속의 실현 방법, 즉 주님의 길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일러준다. 그것은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선포"였다. 이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는 예수님 선포의 서곡이었다.

 

회개(μετάνοια, metanoia)μετά (meta 다른)νοέω (noeo 생각, )의 합성어이다. "이제까지 살아온 생각이나 길에서 방향을 바꿔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길로 간다"라는 의미다. 단순한 뉘우침이나 후회, 잘못의 반성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자기로부터 하느님으로 바꾸는 것이 회개의 본 뜻이다. 중심의 전환 없는 반성이나 후회는 회개가 아니기에 주님이 오시는 길을 마련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문막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서 기차를 탔는데 가다 보니 양평역이 아니라 원주역이 나왔다. 서울 방향 기차를 탔어야 했는데 강릉방향 기차를 탔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얼른 내려서 기차를 바꿔 타야 한다. 기차를 바꾸어 타려면 역에 내려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날씨는 춥고, 환승 과정도 복잡하고, 빈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모든 것이 번거로워 그냥 앉아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진다. 강릉행 열차 안에서 아무리 서울 가서 할 일을 계획해야 소용이 없다. 잘못된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천국을 꿈꾸며 반성하고 후회해도 신앙생활은 헛수고다. 기차를 갈아타듯 길을 바꾸는 것이 회개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첫 독서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 당신 영광 안에서 안전하게 나아가도록, 높은 산과 오래된 언덕은 모두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워져 평지가 되라고 명령하셨다."라고 전한다. 같은 맥락에서 복음은 "골짜기는 메워지고 산과 언덕들은 낮아지게, 굽은 길은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하라."라고 주님이 오시는 길을 준비할 방편을 은유적으로 제시한다.

 

"높은 산과 오래된 언덕"을 낮아지게 하라는 말씀에서, 높은 산은 인간의 교만, 오래된 언덕은 굳어버린 나쁜 습관을 의미한다. 건강이 좋아서, 재산이 많아서, 지위가 높아서, 집안이 좋아서, 나이가 많아서 등등 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높은 산이다. 자만심 가득한 이런 이에게 주님은 오지 못한다. 남들보다 더 낫다고 자만하지 말고 하느님 앞에서 낮아져야 낮은 곳으로 오시는 주님을 만난다. 또한 오래된 언덕처럼 굳어진 나쁜 습관, 허튼 고집을 손발톱 깎듯 잘라버려야 아기로 오시는 예수님을 안을 수 있다.

 

"메워져야 할 골짜기"는 높은 산과는 반대로, 남보다 못 낫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으로 볼 수 있다. 가진 것이 없어서, 배우지 못해서, 재산이 없어서, 나이 들고 힘이 없어서 주님을 맞이하지 못한다고 지레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열등감은 불신과 실망과 체념의 골짜기를 만든다, 이를 메우는 것이 회개다. 자신의 못난 모습을 한탄하는 열등감에서, 이렇게 부족한 나를 위해 오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보라. 그렇게 눈길을 나에게서 하느님께로 돌리고, 나의 못남에서 하느님의 자비로 마음을 바꿀 때, 작아 보이기만 하는 나에게,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아기로 구세주가 오신다.

 

"굽은 길"은 왜곡된 마음과 비뚤어진 태도로 폴이 할 수 있다. 자기와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남이 하는 일은 무조건 비난하고, 사정도 모른 채 쉽게 남의 말을 하며 불평불만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렇게 굽은 길로 주님은 오시지 못한다. 내 눈에는 타인이나 세상사가 못마땅할지 모르지만 다 사정이 있고, 하느님 눈으로 보면 모두 다 불쌍하고 소중하다. 내 눈이 아닌 하느님 눈으로 보려는 방향 전환이 회개다. 그러한 회개로 굽은 길을 바로 펼 때에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태어나신다.

 

"거친 길"은 자신의 입장만을 강요하는 거친 언행의 은유다. 화난 듯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화가 난 거친 사람 안으로 주님이 오시기는 힘들다. 거친 길을 평탄하게 하라는 말씀은 험한 말, 거칠고 야박한 태도를 바꿔서 부드러운 말로 서로 위로하고, 따뜻한 태도로 서로를 귀하게 여기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이 부드럽기 그지없는 아기로 태어나셨듯, 우리가 부드럽고 따뜻할 때 주님을 맞이한다.

 

결국 회개하라는 말씀은 삶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서 하느님으로 바꾸라는 말씀이다. 잘못 탄 기차는 바꿔 타야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리 삶의 목적지인 영원한 생명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으로 살던 길을 하느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회개 없이는 구원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기차를 갈아타는 것이 번거롭고 힘들어 보이듯, 회개는 처음에는 두렵고 힘들다. 그러나 새로운 삶으로 바꾸려 결심하면 주님이 분명히 도와주신다. 그러기에 바오로는 둘째 독서에서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라고 힘주어 전한다.

 

세상은 춥고, 나라는 어수선하고, 사회는 혼란스러운 대림절이다. 이럴수록 주님이 오시기를 간청할 때다. 주님은 분명히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라는 약속을 주셨다. 굳은 믿음으로 이 약속을 믿고, 주님이 오실 길을 준비하자. 바오로는 주님과 함께 우리를 위해 이렇게 기도한다: "여러분이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출처] 말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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