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간 수 -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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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7주간 수 -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스승님,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저희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가 그런 일을 못 하게 막아 보려고 하였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 이름으로 기적을 하는 이들의 활동을 금지시킨 이유는
그들이 제자들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제자들을 따라야 제자들과 같은 편으로 간주하는 제자들의 입장은 타당해 보인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들을 막지 말라는 예수님의 대응은 뜻밖이고, 조금 염려스럽다.
제자들을 따르지 않으면서 예수님의 이름을 들먹이는 자들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제자들을 험담하거나 분파를 만들거나 배반하면 어쩌지?
제자들의 염려 속에는 주님의 추종자들 모두가 자신들과 같은 편이 되기를 바라는 소유욕과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 이들, 곧 자신들과는 다른 이들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서 당신을 마치 제자들 자신만의 소유물로 여기는 위험과,
자신과 다른 이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편가르기, 진리를 독점하려는 독선의 위험을 보신 것이 아닐까?
예수님은 '하느님의 드러나심(啓示)'으로서, 인간이 소유할 수 없는 분이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속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속하지는 않는다.
예수님과 예수님이 선포하신 진리는 제자들에게 주어진 소유물이 아니다.
"그게 '나'인한 그건 '그분'이 아닙니다." (M. 젱델)
우리가 찾는 진리, 우리가 따르는 주님을 내 소유물로 여기면 그것은 주님도 아니고 진리도 아니라는 경고다.
진리이신 주님을 따르는 길에서 주도권은 내가 아닌 주님께 있다.
그분은 절대 타자로서 우리보다 크신 진리 자체이자, 사랑 자체이시다.
주님은 어느 누구의 소유 대상이 아니고, 편가르기의 기준도 아니시다.
다만 한 걸음씩 따를 길이요, 그 길을 비추는 진리요, 늘 나를 되살리는 생명이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