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화 -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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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5주간 화 -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독서)
하느님의 모습대로 인간이 창조되었다는 신학적 진술의 바탕이 된 말씀이다.
창세기가 쓰인 동시대 동일 문화권(바빌론) 기록에 따르면
"하느님의 모상"은 모든 것 위에 놓인 존재, 곧 왕을 의미하였다.
"하느님의 모상"과 비슷한 의미로 "인간은 하느님의 그늘"이라는 표현을 남기기도 하였다.
인간 개개인이 하느님의 모상이자 하느님의 그늘, 왕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지만
그 "모상"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한 바, 그를 교부들은"유사성(類似性)"이라고 불렀다.
원형(原型)처럼 내재된 모상과 이를 밖으로 드러내고 증거하는 유사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있다.
모상과 유사성의 관계는 존재와 행위의 관계로 볼 수도 있다.
모상이 존재의 영역이라면 유사성은 행위의 역할을 한다.
"어째서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복음)
"손을 닦는 행위"는 위생상의 문제뿐 아니라 제의상의 법규였다.
이 법규는 정화를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거룩한 백성(레위 19,2) 임을 확인하는
신앙적이고 문화적이고 역사적이며 자긍심 가득한 법규였다.
마르코는 조상 법규와 관련한 긴 논쟁(7, 1-23절)을 복음의 중심에 놓았다.
마르코가 속한 초대 교회 공동체의 절박한 체험을 반영해서 그랬을 것이다.
손 씻는 예식을 강조하는 바리사이들과 공동체 내부의 그 추종자들의 의도는 "따로 노는 것"
청결과 불결, 의인과 죄인,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여 사람들을 분리, 차별하였다.
(Pharisaioi라는 단어 자체가 '분리주의자, 경건한 이들로 성별 된 이'들의 뜻을 지닌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분리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하시는 예수님의 의도는 한 마디로 "함께 하자!"
인간은 전통을 내세워 사람을 차별하지만, 사람을 창조하신 하느님에게 인간은 모두 귀한 존재다.
불결한 사람이나 모자라는 사람이나 뒤처진 사람이나 모두 하느님의 자식이니
다 함께 하자고 예수님은 하느님 마음을 전하신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은 손을 씻는지의 여부, 정결과 불결의 분리에서 드러나지 않고,
한 식탁에서 함께 빵을 나눔에서 드러난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거룩함(모상)과 거룩한 분을 본받음(유사성)은 의인과 죄인을 선별하여 씻어내는 데 있지 않고,
죄인 한가운데 내려와 앉아 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데 있었다.
그런즉 예수님 자신이 하느님 모상이 드러나신 유사성 자체였다.
함께 앉아 함께 먹는데 머무르지 않으시고, 목숨을 건네주심으로 모상인 하느님을 온전히 드러내신다.
[출처] 말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