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원가입  |   로그인  |   오시는 길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이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한다.
(말씀의 길 회헌 47조 참조)
말씀의 숲
영성의 향기 말씀의 향기 수도원 풍경 세상.교회의 풍경 기도자리
말씀의 향기

사순 제2주일 다해 - 하늘의 시민이 되기 위하여

작성자 :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작성일: 25-03-17 09:26   조회: 556회

본문

사순 제2주일 다해 - 하늘의 시민이 되기 위하여

 

사순 제2주일 말씀은 땅에 매여 사는 우리에게 하늘을 보며 살라고 초대하신다. 첫 독서에서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라고 이르신다.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는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곳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라고 전한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산으로 가셔서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이는 모습으로 변모하신다. 모두 땅에 묶여 사는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로 변화하라는 초대의 말씀이다.

 

​​우리가 매어 있는 땅의 일상은 고달프다. 아브라함처럼 신앙이 굳건하지도 않고, 바오로의 말씀처럼 우리가 하늘의 시민이라는 확신을 갖기도 어렵다. 우리 자신이 산 위의 예수님처럼 빛을 발하지도 못한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충실히 살아가려 하지만, 현실의 무게가 우리를 하늘만 바라보게 가만두지 않는다.

 

하늘을 향할 때면 늘 어려움이 따른다. 첫 독서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아브라함은 그 증표로 짐승을 잡아 반으로 갈라놓고 제사를 지낸다. 약속을 어기면 자신도 짐승처럼 반으로 잘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담긴 의식이다. 그 제물 위로 맹금들이 달려들자 아브라함은 이를 쫓아야 했는데, "아브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는데, 공포와 짙은 암흑이 그를 휩쌌다."라고 전한다.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말씀이다. 둘째 독서에서 바오로는 "하늘의 시민으로 살려는 우리 주위에 "이 세상 것만 생각하는 십자가의 원수들"이 많은데,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여기는 그들의 끝은 멸망입니다."라고 경고한다. 하늘을 향한 믿음의 삶에는 탐욕과 시기, 방탕 같은 "이 세상 것만 생각하는 십자가의 원수들", 즉 유혹이 따르는 현실을 일러주는 말씀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늘을 보고, 하늘의 시민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오늘 복음은 그 길을 일러준다. 먼저, 예수님과 함께 있어야 한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분의 변모를 목격하였다. 우리도 아침에 눈을 뜨며 밤에 잠들 때까지 예수님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할 때 예수님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다.

 

또한,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예수님은 변모하시기 전, 산에 올라 기도하셨다. 성경에서 호렙산, 시나이산, 타볼산, 올리브 동산, 골고타산 등 산은 한결같이 하느님을 만나는 곳을 상징한다. 우리가 오를 산은 지리적인 산이 아니라,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주님을 만나는 고요한 곳이다. 그곳에서 기도하며 마음을 드높일 때, 우리는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다.

 

산에서 예수님이 기도하실 때 그 모습이 하얗게 빛났다고 복음은 전한다. 이에 감동한 베드로는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라며 초막을 짓고 싶어 했다. 구약에서 하느님께서 머무시던 천막(탈출 25,26 참고)은 후에 성전이 되었다(1열왕 8장 참고).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이 바로 성전이라고 말씀하셨다(요한 2, 19-21 참고). 이제 천막도 초막도 성전도 지을 필요가 없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는 것이 곧 하느님이 계신 곳에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모의 순간, 모세와 엘리아가 나타났다. 모세는 율법을, 엘리아는 예언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는 구약의 율법과 예언이 예수님을 중심으로 통합되는 상징이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라고 복음은 전한다. 성경 본문에 따르면, "세상을 떠나실 일""탈출(exodus)"이다. 출애굽 사건에 사용된 이 용어는 이집트에서의 탈출을 연상시키며, 예수님의 죽음이 노예살이에서 해방되는 "탈출"임을, 끝이 아니라 부활로 이어지는 구원의 여정임을 암시한다.

 

변모의 마무리에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말씀이 들려왔다고 전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는 들을 것이 너무 많다. 하루 종일 소음 속에서 허덕인다. 소음을 피하려고 이어폰을 끼고 다닌다. 예수님의 음성이 우리 귀에 들리기 힘들다. 소음이 아닌 주님의 말씀을 들으라는 초대다. 성경에서, 이웃의 어려움 속에서, 그리고 우리 내면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라는 명령이자, 그렇게 말씀을 들음으로 우리도 예수님처럼 변모하라는 초대의 말씀이다.

 

​​오늘 예수님이 보여주신 변모, 예수께서 앞서 가신 "탈출의 여정"은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구원의 길이다. 이집트에서의 탈출이 먼 예표였고, 예수님의 변모가 가까운 예표였듯, 죽어야 부활에 이르는 변모의 신비, 즉 파스카의 신비가 구원의 길이다. 우리는 이 땅의 속박에서 탈출하여 하늘의 시민이 되기 위해, 죽음을 통과하여 부활로 나아가야 한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탈출하고, 나와 다른 이를 적대시하는 편견을 벗어나는 것이 하늘로 가는 길이다. 아브라함의 제물을 노렸던 맹금처럼 우리에게 달려드는 탐욕과 집착을 떨쳐내고, 베드로처럼 변모의 황홀함에만 머물고 싶어 하는 안일함에서도 탈출해야 한다.

 

​​오늘도 세상은 혐오와 불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기만 옳다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이 소리 저 소리 듣다 보면 혼란만 더해지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는 더욱 힘들다. 하늘의 시민이 되기 위해 주님의 말씀을 듣자.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올라,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아들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자. 수시로 우리를 공격하는 탐욕과 이기심의 맹금을 쫓아 버리고, 주님 안에서 새로 나는 탈출의 여정을 걸어가자. 그때 우리도 예수님처럼 변화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침내 하늘의 시민이 될 것이다.

 

[출처] 말씀에

해뜨는 마을 l 영보자애원 l 영보 정신요양원 l 천안노인종합복지관
교황청 l 바티칸 뉴스 lCBCK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l 한국 천주교 주소록 l 수원교구
우. 13827 경기 과천시 문원청계길 56 말씀의성모영보수녀회
56 MunwonCheonggyegill Gwachon-si Gyeonggi-do TEL : 02-502-3166   FAX : 02-502-8110